일단은 정말 현실이라는 거요. 로망이 아니라.
회사원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아 퇴사하고 카페나 차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평일 오전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고,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빵을 굽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게 되지요. 오늘 모든 직장인의 로망, 카페 사장님이 된 31살, 이선영 님을 만났습니다.
선영님은 로망과 다른 현실에서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절박하게 카페를 운영해왔는데요. 거기엔 남자친구 (현 남편)의 힘이 참 컸다고 하네요. 그래서였을까요, A 프랜차이즈 내 전국 최우수 점포를 수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선영님이 어떤 마음으로 매일의 업을 대하셨을지 궁금해하며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31살 이선영이라고 하고, 프랜차이즈 카페 운영 2년 차입니다.
어떻게 하다가 카페를 운영하게 되셨어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전 회사 다닐 때부터 카페를 차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망설였어요.
그때부터 지금의 남편인 남자친구랑 농담반 진담반으로 ‘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카페 차리자' 이런 얘기를 계속 나눴어요. 그러면서 결혼 목적으로 돈을 모았어요.
그러다 제가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인내에 바닥이 났었어요.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일과 사람에 너무 많이 치였고, 그래서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결혼하기로 모은 돈에 남자친구가 더 보태주어서 저 혼자 카페를 시작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쉬려고 하니까,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직원도 구해야 하고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으니까요. 그러다가 남자친구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혼도 미루고 가게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셨네요. 준비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결정한 뒤에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을 때 걱정이 크셨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동업을 한다고 하니까요.
또 시작하려는 돈이 저희가 모은 돈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저희도 걱정이 많았어요.
잘 모르니까, 카페 창업 박람회들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원하는 브랜드를 찾게 되어서 고민 정말 많이 하다가 그냥 계약서 썼어요. 혼자 하려면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직장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 카페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지만 막상 하려고 보니까 "내가 너무 쫄보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많은 의지가 되었던 게 남자친구였어요.
그런 걱정 하는 것이 당연하죠. ‘때려치우고 카페나 할까'라고 생각해도 실행에 옮긴 사람이 많지 않아요.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카페를 차리고 싶은 동네의 유동인구가 어떤지 살펴보려고 하루 종일 차 세워두고 보기도 하고요. 또 금전적으로는 퇴직금 받은 거 다 때려 넣고, 남자친구는 직장 그만두기 전에 직장인 대출받고, 아등바등 했어요.
아주 절실했어요. 어쨌든 부모님의 반대에도 우리가 저지른 거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어요.
혼자 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도 남자친구와 싸우는 게 적진 않지만, 생각해보면 운영하면서 겪는 상황에 혼자 버틸 수 있었을 까라는 생각 많이 해요.
어떤 상황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나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어떤 때인가요?
저희는 절박하니까, 최대한 친절하고 단골을 만들려고 해요. 그런데 저희에게 함부로 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카드를 던진다든지, 현금을 던진다든지 이런 식으로요. 되게 자잘한 것들인데 너무 신경 쓰여요. 밖에서부터 그 손님들이 보이면 너무 힘들어요. 사람을 대하는 게 내 맘 같지 않구나라는 생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생계가 달리니까 카페 사장님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한 로망이 아니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했던 로망은 손님 오면 손님 받고, 예쁘게 만들어서 나가고 이런 거였는데, 솔직히 지금 일할 때보다 더 힘들어요.
몸이 너무 힘들어요. 오전 7시 30반 오픈으로 6시 30분까지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해요. 오후 8시까지 운영하거든요. 이걸 매일 둘이서 하니까요.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긴 거죠. 몸이 힘들다 보니까 서로 대하는 것도 예민하고, 손님한테 대하는 것도 달라지죠.
와.. 정말 로망이 아니네요. 카페 차리지 말걸.. 하는 후회는 없으세요?
다들 얘기해요, 후회하지 않는 냐고. 지금이 좋긴 해요. 고정 수입이 없고 몸이 너무 힘들어도요. 회사 다니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싫은 사람을 매일 긴 시간 보는 거였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아요.
처음에 왜 프랜차이즈 카페를 하게 되셨어요?
사실 잘 몰라서 했어요. 개인 가게를 내고 싶지만, 처음 운영하면서 원두 고르고 기계 들이는 모든 걸 다 할 수 없었거든요. 또 본사에서 관리를 해주니까, 마케팅 프로모션 이런 것도 관리해주고. 매출 떨어지면 매출 떨어진다고 연락 오고요. 본사의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쓰려고 했어요. 운이 좋게도 전국 최우수 점포도 되었고요.
남자친구와 하루 종일 붙어있으니까 싸우진 않아요?
지금 결혼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데, 사실 결혼 준비로 다투진 않아요. 싸운다면 일에 대한 것? 진짜 사소한 거, 얼음 더 넣었으면 좋겠어, 이거 너무 뜨겁지 않아 이런 거?
다들 원래 동업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얘기를 듣고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저는 솔직히 붙어있는 게 너무 좋아요. 싸워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붙어있는 게 마음이 편해요. 제가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게 참 많이 느껴져요. 말하고 보니, 남자친구 어깨가 무겁네요.
돈 많이 모아서 2호점 내면 각자 있자는 아주 큰 꿈이 있어요.
우와 멋지네요!
(웃음) 그동안 정말 절박하게 했어요. 가게 창업하면서 냈던 빚은 다 갚았어요. 오천만 원 정도 빚을 다 1년 내로 갚았어요. 각자 용돈 50만 원씩 만 딱 쓰고 나머지는 전부 빚 갚는데 다 들어갔어요. 그 재미가 있더라고요. 빚이 줄어드는. 그래도 먹고 싶은 건 다 먹자!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결혼하면서 또 다른 빚을 냈죠.
만약에 금전적인 걱정이 없으시면 어떤 거 하고 싶으세요?
음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베이커리 하고 싶어요. 지금도 베이커리 하고 있는데, 어쨌든 생지나 이런 건 본사에서 주는 거 니까. 진짜 처음부터 만들어서 저희 카페에서 맛있고 이쁘게 판매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원래 도자기 전공이거든요. 다시 도자기도 하고 싶어요. 그냥 공방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이런 게 적성에 맞더라고요. 또 유기견 센터에 작게나마 사료나 이런 거 기부도 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고 남자친구도 그렇고 강아지를 되게 오래 키웠거든요. 곧 무지개다리 건널 것 같아요… 제 강아지는 이제 14살?이에요.
마지막으로 카페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
저희도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정말 현실이라는 거요. 로망이 아니라.
정말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저희도 지금 병원비로 굉장히 돈 많이 나가고 있거든요. 또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안정적이지 않으니까 고민도 많이 되고요.
일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까 신체적으로 힘들고, 그렇지 않으려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데,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요. 또 세금 떼는 날은 정말 가슴 떨려요. 매일 오늘의 매출을 신경 쓰고 하는 게 참 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