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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Sep 25. 2020

책은 안 읽어! 지구에 불시착한 책방 주인 김택수님

필독도서라고 부르는 순간 오히려 책이랑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독서 습관은 어떠신가요? 책보다는 영상으로 이야기를 즐기실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을 깊게 읽는 것보다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을 좋아하실 수도 있겠네요.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사실은 읽는 것보다 쌓아두는 것을, 정확히 얘기하면 책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긴 연휴를 앞둔 이번 주말도 서점에 가서 책을 잔뜩 살 생각으로 설렙니다. 다만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다는 것 아시죠? 작은방 곳곳에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도,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느낌이랄까요. 물론 책을 사기만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때도 간혹 있더라고요.


오늘 그런 부채의식을 한방에 날려준 분과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것도 책방 사장님이시니 더 신뢰감이 높아집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느끼는 지구 불시착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지구 불시착' 책방의 사장님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인 김택수 님과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https://youtu.be/rRLScYJHEZU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름은 김택수라고 하고요. 지금은 책방 대표 와 더불어서 잡일을 하고 있습니다.


잡일이라면 어떤 잡일을 하고 계세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잡일 이요 (웃음)


사장님은 직업이 참 많으세요. 책방 사장님, 시인, 일러스트레이터…이중 자기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세요?

저는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구 사장님이 좋아요.

책방 이름이 “지구 불시착”으로 참 특이해요. 어떻게 짓게 되셨어요?

정말 깊은 뜻 없이 입에 착 감겨서 짓게 되었어요. 그렇게 뜻 없이 지었는데, 하도 많이 사람들이 물어봐서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책이든 문구든, 즐거움을 주려고 만드는 사람인데 사실 우리 주변에는 불편한 게 너무 많지요. '이 지우개는 왜 이렇게 안 지워지나' 이런 불만족…

그래서 우리는 아직 지구에 불시착해서, 이렇게 불만족이 없어지면, 지구 완전 정복으로 이름이 바뀌게 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구 불시착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원래부터 이렇게 만드는 일을 하셨었어요?

원래는 무역 일을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회사가 망했어요. 더 이상 할 게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 많아진 시간 동안 그림책도 그리게 되고 전시도 하게 되고 책도 만들게 되고 책방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책방도 하게 되었네요.



책방을 하지 얼마나 되셨어요?

4년 넘고 5년이 넘어가. 사실 대한민국의 책방 수명이 3년 정도예요. 이제 죽을 때가 된 거지요.(웃음)



아니죠. 이제 3년 고비를 넘기신 거죠! 책방 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에요?

여러 사람 만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책방하고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한테 소개할 때 좋은 것 같아요. 줄리아 로버츠가 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 말이지.


책방에 애착이 많아 보이세요.

애착이 많아요..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우리 아들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가업으로


딱 보았을 때 잘 팔리겠다 하는 책이 있나요?

사실 내가 책을 많이 안 읽으니까 그런 촉은 없는데. 예쁘게 만들어진 책이 잘 팔리더라고.


오 책을 좋아하시는데, 책을 안 읽으신다니 놀라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다는 게 편견이에요. 저는 책 자체가 그냥 좋아요. 특히 책의 각 이참 좋아요.



사장님은 참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드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오늘 뭐 할까? 오늘 출근하면서 책이나 만들어볼까.' 이런 생각이 나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눈뜨자마자 생각이 드는 게 원동력이에요.



아이디어의 원천은요?

나는 천재인가 봐! 아이디어는 계속 샘솟아. 우리 책방이 작아가지고 이 정도만 해도 내 케파가 다 차 (웃음)





사람들이 참 생각은 하는데, 실행으로 옮기기 참 어렵잖아요. 실행하는데 걱정은 없으세요?

질보다 양을 더 봐요. 질은 “이 정도면 되었다” 정도면 그냥 해요.(웃음)










최근에 개인적인 뉴스라는 전시를 하시게 되셨잖아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책방을 하다 보니, 책보다는 사람이 먼저더라고요. 책방에 사람들이 많이 오니 사실 물리적인 장소보다 더 큰 공간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최근에 어떻게 지내니'라는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들 “ 그냥 그렇게 지내요" 이긴 해. 사람 사는 게 어떤지 궁금해요.


전철을 타고 같은 방향으로 같이 가야 하는데, 약간의 어색함을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타이밍에 관심이 있어. 그럴 땐 이런 질문을 해야지라고 질문 목록을 가져 다니기도 했어. 그게 녹여졌어.



사람을 상대하고 교류하는데 원래 편하세요? 아니면 일하면서 바뀌셨어요.

옛날부터 사람하고 얘기하는 건 좋아했어요. 인간관계 피곤할 때도 “왜 그러지?” 그 이상으로 생각 잘 안 해요.




사람을 대할 때 편견이 별로 없으신 것 같아요.

편견 아주 강해요! 나는 사람을 많이 가려요. “우리 편” 이런 걸 좋아하거든. 책방에 오는 사람들이 나와 결이 비슷해요. 나와 다른 성격이 오면 쫄보가 되요. 느낌으로 나와 다른 편인 걸 알게 되더라고요.



아기들 또 자녀분들이랑 결이 맞으세요 (웃음) ?

잘 맞는 것 같아. 캠핑장 가고 하면, 옆집 아기들이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피곤해 (웃음) 우리 딸 피곤해. 지금 아홉 살인데.



지금 피곤하신 것 같은데?

맨날 피곤해요. 피곤하다 하는 게 습관이에요 찌들어 살지.아침 일찍 나와서 밤 열두시 넘어서 퇴근해 거의 매일 그래서 진짜 피곤해. 주 1회 쉬는 데 그날에도 수업 가거나 해.



사람들이 요즘 책을 많이 안 읽잖아요. 어떻게 책의 매력을 알릴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필독도서 권장도서가 있잖아요, 그게 잘못된 거예요. 필독이라는 게 있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책을 골라왔는데 “너 이거 읽을 거야? 안 읽을 거면 다시 갖다 놔.”라고 부모가 얘기하는 거, 되게 안 좋은 거예요. 필독도서라고 부른 ㄴ순간 오히려 책이랑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책은 그냥 옆에 있어서 좋은 거예요. 책과 친해지는 게 먼저지요.




매달 일정 금액이 공짜로 주어진다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워진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90%는 집에다 줄 것 같아. 저는 적은 돈으로도 살수 있어요. 가족에게 줘야지요. 나만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부담이 되지 않나요?

그 부담을 크게 깊이 느끼지는 않으려고 해. 그걸 부담으로 느낀다면, 책방 하지 말았어야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

오래오래 책방 하기. 그게 제일 큰 부담이야. 더불어서 지구 불시착 출판사. 아무 책도 안 냈지만 (웃음)


저희 책 출판해 주세요!

그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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