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달하는데, 오늘은 제 이야기를 전달했네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인터넷 쇼핑으로 모든 구매를 대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같이 뉴스엔 택배 기사님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오르고 있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과 필요한 물건들이 누군가의 손과 발에 의해 전달되어 안전하게 집 문 앞까지 도착하는 것을요. 그래서 그분들의 하루는, 일 이외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졌습니다.
오늘은 28살 집배원 한창훈 님을 만나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광진구에서 사는 광진구 집배원 28살 한창훈입니다.
오늘 인터뷰를 요청드린 데에는, 창훈 님의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컸어요. 뉴스나 소설에서 보던 직업이에요 저희에겐. 어떻게 하다가 집배원의 삶을 살게 되셨어요?
원래 저는 대학교 때 인테리어, 실내건축을 전공했었어요. 졸업하고 관련 쪽에서 일하다 그만두었어요. 그리곤 앞으로 뭐 할까 고민하던 차에, 명절에 만난 집배원 삼촌이 추천해 주셨어요.
집배원이 되는 단계가 있어요. 실무원이라고 아르바이트처럼 도와주는 역할, 택배원, 상시 집배원이라고 공무원은아니고 계약직 집배원처럼 일하는 역할이 있고요. 거기서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면, 공무원으로 발령받아서 집배원이 돼요.
그런 단계를 거쳐 집배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인데, 저는 운 좋게 바로 면접 합격해서 공무원으로 집배원이 되었어요. 인맥 없이요 (웃음)… 시기가 좋았어요. 운도 좋았고요. 일한 지는 2~3년 되었어요.
원래 인테리어를 전공하셨다니, 신기해요. 인테리어는 어떻게 시작하셨고 또 왜 그만두셨어요?
원래 학창 시절에 연극 영화과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다 광탈되었어요. 그래도 대학생활을 함 해보자!라는 목적으로 정시 때 인테리어과를 지원했는데 딱 된 거예요.
졸업하고 취업한 후 일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주거 인테리어 했거든요. 좋은 아파트 가서 철거 시키고 리모델링 하고. 새롭게 바뀐 샤랄라 한 결과물 보면 뿌듯했어요.
그런데 매일 밤새우고, 야근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래에 애들 키우는데, 애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키우는 건 아닌가.' 그 생각에 빨리 관둔 것 같아요. 빨리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그런 따뜻한 유년 시절을 보내셨나 봐요.
그런 가정환경은 아니었는데, 영화를 많이 봐서 로망이 있었어요. (웃음)
아버지가 일찍 사별해서. 목욕탕 가는 거 삼촌이랑 가곤 했는데. 아빠의 빈자리를 삼촌이 많이 채워줬어요. 어머니랑도 대화를 많이 해요. 어머니한테 이름 부르거든요. 스스럼없이 지내요
확확 인생의 방향을 바꿀 때, 그거에 대해서 잘 받아들이시는 느낌이에요.
저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느낌이라서, 대기업 회장님이 하신 말씀 있잖아요.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후회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집배원의 업무는 궁금해요. 하루 처리해야 하는 양은 얼마나 되나요?
택배는 기본 40~50개 하고요. 많을 때는 140~150개 해요. 편지는 1000 통. 등기도 70~100개를 하루 동안 해요. 택배가 큰 게 많으면 힘들어요.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요. 작으면 많이 있어도 괜찮아요.
와... 생각보다 정말 많네요. 그럼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일찍 출근해요. 8시부터 5시가 기본 베이스에요.
같이 일하시는 형님들은 엄청 일찍 출근하세요 6시 30분 정도 나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옛날에 일이 진짜 많았으니까, 그게 습관이 되신 것 같아요. 저는 7시쯤 가요. 가면 등기, 택배가 들어오는 것을 구분해 주시는 분이 계세요. 그분이 구분해 주신 것 정리하고. 팀원들 것 나누어 주고요. 업무용 휴대폰으로 다 찍고 코스별로 정리하고 오토바이에 순서대로 싣고요. 이렇게 9시까지 작업해요.
점심은 웬만하면 다 걸러요. 빠르게 일 끝내고 들어오고 싶어서요. 11시 정도 사이에 프로틴 하나 먹어요. 들어와서 등기 정리하고, 개수 맞추고 (등기는 하루에 두 번 나가거든요) 내일 나갈 등기나 편지 정리하고요. 그리고 시간 남으면 샤워하고 퇴근해요. 경로 같은 경우는, 옛날 선배님들이 짜놓으신 코스가 있어요. 거기서 자기 구역은 자기가 알아서 해요. 터치 없이.
언제가 제일 바쁘세요?
명절 때요. 2주 동안 전후로 제일 바빠요. 명절 소통 기간이라고 하는데, 그땐 9~10시에 항상 퇴근해요. 주말에도 나오고요. 그 시기엔, 회사에서 주무시는 분들도 계세요. 집에 들어가도 조금밖에 못 자니까요.
몸이 녹초가 되겠네요.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적응이 돼요. 눈앞에 쌓여있는 택배들을 보내줘야 퇴근할 수 있으니까요. 차가 계속 와요. 날씨만 따라주기를 바라요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하니까 설보단 추석이 나은가요?
아니요. 설이 나아요. 추석은 곡식이 나오니까요. 곡식은 부피가 정말 커요. 먹거리들. 한국이 정이 많으니까요. (웃음)
집배원의 월급도 궁금해요.
1호봉 때 초과근무가 많아서, 초과근무 없이 다 떼고 160만 원 정도일 거예요. 초과근무 붙으면 이백 초반 돼요. 지금도 이백이 안돼요.(웃음) 초과근무가 많이 없어져서요.
그땐 일이 그때는 바쁠 시기였기도 했고, 지금 집배원 업무환경이 좋아진 것도 있고요. 근무지가 달라진 것도 있고요. 지금도 신도시 건설하고 있는 지역의 동료들은 죽어나죠. 신도시는 다 아파트 고층이잖아요. 배달하기 참 힘들어요.
집배원으로 일하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전 원래 편지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걸 배달하는 거에 대한 뿌듯한 것도 있고요. 물론 막상 물건이 많으면 '많네.. (한숨)' 하긴 하지만요 (웃음) 요즘엔 개인적인 편지 배달이 많이 줄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문장이 '모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인데 그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달하시네요.
봉투만 봐도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법원 등기, 군대 편지… 이사하면 신청하면 3개월 동안 무료로 다시 보내주거든요. 잘 모르지만, 사정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상상해서 엮어서 책으로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소설도 좋아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인터뷰의 부제가 어떻게 달렸으면 좋겠나요?
보통 저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달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제 이야기를 전달했네요. 그게 담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