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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Aug 27. 2020

대기업을 그만두고 교육 스타트업으로, 김두라님

선택의 이유를 보게 되요. 그게 그 맥락이 사람을 설명할테니까요.

https://youtu.be/J8DUuEq5FOw



학교 수업 중 기억에 남는 과목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교 시절 교양 과목 이었던 미학사 수업이 가끔 생각납니다. 미술의 역사를 훓으며, 그림의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함께 배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예술 까막눈 이라, 그림을 봐도 덩그러니 떨어진 물체로 느껴지곤 했었는데요. 그 맥락을 알고 나니, 내포된 예술가의 이야기에 넋이 나간채 수업을 듣곤 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온통 B와 C로 가득했던 대학교 성적표에서 거의 유일하게 학점을 올려준 고마운 과목이기도 했구요.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라틴어로 허무 허영을 뜻하는 ‘바니타스' 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의 거의 모든 주제로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와 그 뜻을 같이 합니다.


Jan Davidsz. Deheem, Still Life with Fruit and Lobster

이 그림들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언뜻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물들이, 그 의미를 알면 큰 주제로 연결되어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뚱맞게 배치되어 있는 랍스타에 찰나의 부유함이, 반쯤 채운 잔엔 삶의 허무함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림과 그 맥락이 새로이 보이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난 김두라님(30)과의 인터뷰를 하고 그때의 경험이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흩뿌려진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의 이유들을 보아야 삶의 맥락이 보인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는 시작 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유아교육 어플을 만드는 두브레인에서 일하고 있는 김두라입니다. 이 회사에 합류하기 전엔, 이랜드 전략 기획실에서 3년 동안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두브레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직하게 되셨나요?

이랜드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 일이 천직이야' 라는 생각보다는, (선택을) 보류한 상태에서 들어갔던 거 같아요. 우리가 더 좋은 고등학교 가고, 더 좋은 대학교를 가고, 그 다음에 또 대기업을 가고 싶어 하듯이, '더 좋은 곳에 가면은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거야'라는 생각인 것 같거든요. 직장도 비슷한 연장선상이었던 것 같아요.


(입사한지) 3년이 다가오던 시점에 '나는 뭘 하고 싶을까?'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날은 그냥 생각 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어떤 날은 또 현타가 굉장히 강하게 오면서 하나씩 정리를 해 나갔었어요. ‘내가 가진 능력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쓰는 게, 재미있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뭐가 의미 있을까'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냥 제 주변에서 '이렇게 바뀐다면 더 좋은 세상일 것 같아'라고 생각한 주제들을 찾았었고, 그 중에 세상에 모든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게 그 주제에 일에 종사해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지만,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3년을 열심히 일을 했어요.  관둔 다음날부터 아침에 수영 가고, 수영 끝나면 헬스장을 갔다가 돌아와서, 점심 먹고 책을 읽고 그런 생활을 반복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생활 자체는 만족스러웠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조금씩 짓눌렸던 거 같아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으려고 나온 거니까,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하게 오더라고요. 몸은 편했고 재밌는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조급해졌어요.




그리고 바로 두브레인 입사를 생각하신 건가요?

원래는 세상의 변화를 바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정치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랜드 퇴사 후, 먼저 정치 스타트업 가보려고 했었어요. 그 중에서 ‘와글’이라는 이진숙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단체가 있어요. 국민청원 시스템의 시초 같은, 시민들이 직접 입법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에요.


정치인들이 바꾸고 싶은 이슈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와글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플랫폼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짜서 이진숙 대표님을 만나러 갔었어요.




입사가 보장된 것도 아닌데, 포트폴리오까지 짜서 가시다니 정성이었네요.

제가 항상 찾아보고 관심 있는 일이었고, 두 번째는 (퇴사 후) 공허함이 컸는데 그걸 어쨌든 채우니 불안감이 덜 하더라고요.




포트폴리오의 결과는 어땠었나요?

계획을 열심히 세워서, 대표님께 메일을 보내고 찾아갔었고, 제가 거기서 일을 한다는 관점에서는 성공스럽진 않았어요. 대표님이 의견을 되게 경청을 해주셨지만 ‘두라씨 이렇게 큰 일을 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작은 프로젝트를 해 보는 게 어떠냐’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러던 찰나에 친했던 동기 형이 두브레인의 최예진 대표님을 소개해 주셨고 그분이 가지고 있는 그런 비전과 제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들이 너무 잘 맞아서 같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두브레인은 2017년 설립된 스타트 업으로 다양한 인지수준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두뇌교육부터 발달장애 친구들을 위한 인지치료까지 다양한 발달수준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과 인공지능기반 발달진단 소프트웨어의 개발·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예진 대표님의 무엇이 두브레인 회사를 들어가게 만들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자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진정성 있게 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문데, 그중에 한 명이었고, 두 번째로는 자기가 가진 비전을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많은 사람을 만나 본 건 아니지만 이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더라고요. 그때 '내 인생의 일정한 시간을 이곳에서 쏟는 게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그래서 설령 잘 안더라도 그 시간이 무의미해지진 않겠다.'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지난주 금요일에도 창업자 3명과 같이 새벽까지 회사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들어왔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 일하는 재미가 많아요.





그렇다면 두브레인 내에서 하시는 일은 무엇이고, 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퍼레이션을 맡고 있는데, 말이 오퍼레이터고 온갖 잡일을 해요. 그중에서도 HR에 제일 집중하고 있어요. (HR은) 회사의 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창업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비전과 핵심가치들을 계속 끄집어내고, 명문화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요. 또 우리의 실제 행동과 비교해, 다른 점들을 수정하고요. 우리가 사용하는 이런 업무 협업 프로그램까지 그 안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채용 과정, 평가 과정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일이나, 삶에서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시려고 굉장히 노력하시는 분 같아요. 그렇다면  삶의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 자신의 성장인 거 같아요. 저는 중어중문학과니까 공자님 말씀이랑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15세의 지학, 그 다음 30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으로 넘어가는 그 단계를 좋은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공자께서 30살에 이립 즉, 뜻을 세웠는데 그에 맞춰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경향 있고, 그래서 저도 당연히 그랬었고요.



그러다 스스로 이게 맞는 기준일까 생각할 때 공자의 기준이 도움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지금 30살, 이 시기는 ‘나한테 맞는 뜻을 찾는 과정이지 안정을 찾는 과정이 아니구나. (뜻을) 찾고 나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은 안정이 나한테 오겠구나.’ 그래서 안정이나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삼지 않으려고 되게 많이 노력했어요.


얘기하고 싶었던 건 (삶의) 기준 자체가 나의 성장이지만, 그 뜻을 향한 삶을 이어나가면서 쌓이는 그런 확신들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궁극적인 꿈은 뭔가요?

궁극적인 꿈은 언제나, 항상 행복한 삶인 거 같아요. '존재하지 않는 파랑새를 찾겠다'기보다는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삶에 대한 태도이고, 하루 하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오늘은 햇빛이 너무 행복했어'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요. 더 넓게 본다면  의미 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루에 8~10시간씩 하면서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건 사실 조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매일매일 그런 선택들을 쌓아 가는 게 인생의 목표이고, 그게 공자가 말하는 종심의 단계가 아닐까 싶어요. 보통 선택을 하고 돌아보고 그게 맞았나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선택하는 즉시 그게 내 삶이 되는 그런 단계인 거죠. 그런 단계가 궁극적인 어떤 행복의 영역이 아닐까.



조금 더 우리한테 친숙한 개념으로는 어바웃 타임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게 매일매일을 그 순간에 선택으로 사는 그런 삶이 약간 공자의 종심의 단계 비슷한 모습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요.



본인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저는 검은색인 거 같아요. 저는 중심이 있는 게 좋아요. 그리고 검은색은 중심이 되는 거 같아요. 물론 모든 세계 다 덮어버리는 그런 검은색이 되고 싶진 않아요. 우리가 선을 그을 때 검은색으로 긋잖아요. 그 안에 혹은 밖에 이렇게 우리가 다른 색으로 꾸밀 수 있듯이 저는 그 기준이 되는 것들이 좋아요.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오늘 인터뷰에 대한 제목을 단다면, 어떤 단어를 붙이고 싶으세요?

선택의 이유라고 달 거 같아요.  매체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선택 자체의 집중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는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 거 같아요. 왜 그런 선택이 나왔는지에 대한 맥락과, 이유. 그게 그 사람을 정말 잘 설명하는 거 같고,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하거나 혹은 제 인생의 중요한 사람으로서 맞아들인다면 앞으로는 선택의 맥락까지도 궁금하고 들어 볼 것 같아요. 왜냐면 맥락이 결국 그 다음 선택을 또 설명을 해 줄 테니까. 그리고 우리가 선택 자체를 굉장히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 선택만 부각되기 보다 조금 더 우리가 그 선택에 대한 이유나 맥락이 더 우리가 나누면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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