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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Nov 13. 2022

직무주의

인사관리에 대한 단상

"인사가 만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조직은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인재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하면 성과도 높이고 직원 본인의 성장 관점에서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인사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크게 2가지의 방식이 언급된다.


먼저 '적재적소' 접근법이라 불리는 속인주의다. 기업은 사람을 먼저 떠올린 다음 자리에 앉힌다. 즉, 채용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먼저 고민하고 그 후에 사람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것이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활용했는 소위 공채라는 채용 프로세스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적소적재'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주의가 있다. 서양에서 주로 많이 적용되는 기법으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먼저 분석한 후에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직무주의는 서양에서, 속인주의는 동양에서 주로 많이 사용되어 온 인사관리 방식이고 최근 많은 HR 전문가들은 속인주의 방식이 한국에서는 그 소명을 다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은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에 기반한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이는 단지 인력구조나 채용 프로세스 측면의 효율성 추구로 인해 변화한 것은 아니다. 명확히 직무를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할 때 직무 전문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인재들을 조직에 효과적으로 Lock-in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속인주의 인사관리는 몇 가지 단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기업별로 세부적인 상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먼저 자신이 맡은 업무의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은 주로 시키는 일을 위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간혹 자신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자기 완결적인 일처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속인주의가 내재화되어 있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공정성의 문제, 일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알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각 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유사한 목소리들은 계속 있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직무주의다. 명확히 직무를 정의하여 인재를 채용하고 인사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는 편이다.



먼저 대학생들이나 취업 준비생은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분야를 깊게 공부하면서 적성을 찾은 사람들은 그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입사한 후에 직접 배치 면담을 하거나 채용설명회에서 취업 준비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기 객관화가 아직 부족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인이 어떤 일에서 만족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아내지 못한 것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스스로에 대해 명확히 판단할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는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있다.

무엇이 원인이었건 간에 '나를 찾는 과정' 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기업에서 그 시작 단계를 함께 고민해줄 필요가 있다. 특정 직무를 신규로 제안할 수도 있고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직무를 새로 부여해서 커리어를 설계해줄 수도 있다. 이것은 꼭 직무주의만 고집해서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미래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조직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외에 여러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는 다양한 사업 영역과 직무 역할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을 리딩하고 비즈니스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폭넓게 업무를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직무로 예를 든다면 기획부터 마케팅, 경영지원 업무들까지 전반적인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 직무주의 인사관리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다양하게 육성하는 일은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모든 조직이 스페셜리스트로만 구성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직무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업무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에서 직무의 역할을 자로 재듯 명확히 구분하고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때로는 그 과업들의 경계가 조금은 애매하더라도 다방면에서 두루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해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초 단계에서는 직무주의를 탄탄하게 다지고 인재들이 성장할수록 직무의 유연함을 더해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할 기회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조직은 인력 운용 측면의 유연성은 높임과 동시에 효과적인 직무관리 환겨이 조성되어 과거에 비판받았던 인사관리 방식을 적절하게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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