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구하려고 해보니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고 어쭙잖은 영어실력으로 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 여러 경험을 나름 했다고 썼던 이력서는 경험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력서를 돌리는 만큼 자신감도 계속 떨어져갔다. 그러면서 무모하게 시작했던 내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고 여기서도 내가 할 일은 이렇게 없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당장 렌트비를 내려면 어떤 일이든 구해야만 했다. 만약 한 달 안에 일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며 실시간으로 구직 사이트를 확인했다. 마지막 주가 되었을 때는 거의 마음을 비운 상태로 이력서를 내러 갔다. 짧은 면접이었지만 과장 없이 최대한 진솔하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문밖을 나서면서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도서관에 가서 어김없이 사이트를 보면서 걱정 가득한 채 통장 잔고를 보고 있던 와중에 전화가 왔다. 그곳이었다. 일하러 올 수 있냐는 요청에 당장 갈 수 있다고 말한 뒤 서둘러 나갔다. 그렇게 나는 기적처럼 일을 구했다.
만약 여기까지라면 아쉽긴 하겠지만 갈 때 가더라도 할 수 있을 만큼은 해보고 돌아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려고 했던 작은 의지가 간절함이 되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포기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면 나는 두말없이 끝까지 가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