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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Jan 21. 2022

관리의 중요성

몸만큼은 최고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며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사진 출처: pixabay




  삶에서 10대란 청춘기로서 티 없이 맑고 까닭 없이도 설레며, 풍부한 감수성과 예지를 갖고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사건들을 경험하는 시기로 그려진다. 순문학에 등장하는 소년들 중에선 차고 넘치는 전형이지만 그런 장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소년이 여기 있다.


  아름답지 못한 10대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10대의 초입을 경도 비만으로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중반엔 중등도 비만을 거 후반은 고도 비만 순으로 몸이 착실하게 불어났다. 빨리 먹고 자주 먹고 많이 먹는 잘못된 식이와 신체 활동을 꺼리는 기질로 인해 몸집이 계속해서 비대했다. 외모가 갈수록 추해졌다.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안 내게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단기적인 감량 시도를 했다. 그리고 모조리 실패했다. 고도 비만에 이르렀을 땐 아예 단념했다. 외적인 건강과 내면의 건강을 모두 상실했다. 특히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꼈다. 몸에 나타난 문제였지만 마음에도 병력이 남았다.


  20살, 서울에서 동기動機/同期를 만났다. 첫 고백과 첫 까임. 고향으로 돌아와 방에 틀어박혀 무엇이 문제일까 되짚어본 뒤 살을 빼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까임과 각성, 그건 마치 이제부터 새 인생을 살라는 강력한 계시와도 같았다.


  동기의 발판에 한번 발을 올려놓고나자 다음과 그 다음 스텝은 자연히 따라왔다. 체육관에 등록했다. 주 6일을 나가서 온몸의 힘이 바닥날 때까지 운동하는 걸 먼저 습관으로 만든 다음, 식단을 건강하게 바꾸고, 간식과 밤참을 제한하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자 고도비만했던 체중이 2달 만에 정상 범주에 들어갔다. 혈당도 자존감도 정상 범주로 회복되어 갔다.


  20대 중반엔 요추 디스크가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눌렀다. 다리부터 올라오는 저림과 통증을 참느라 도무지 자세를 바로잡을 수 없었다. 몸의 자세와 함께 마음도 비뚤어지는 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통증을 억누르기 위한 인내와 짜증을 억누르기 위한 인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병원 치료와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지금은 거의 호전이 된 상태다. 그렇다고는 해도 몸무게와 마찬가지로 마음 놓고 지내다가는 불시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위험이다. 끔찍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항상 허리 건강에 좋은 자세를 유지한다.




  30대 이후의 상황은 10, 20대와 또 다르다. 성장기를 거쳐 여러 가지 기능이 정상을 찍은 몸은 이제 노화일로에 있다. 유병장수만은 싫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체 노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체형과 자세의 관리에 이만큼 적합한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나의 경우에는 비만과 허리디스크의 예방에도 유효하다.


  어떤 운동이든 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겠지만, 근력 운동은 다른 운동들과 비교 시에도 큰 장점이 있다. 운동으로 인한 부상이나 관련 질환이 잘 없다는 것이다.


  가령 골프나 테니스, 수영을 하는 사람의 어깨 관절 부상, 등산하다가 생기는 무릎 관절 질환, 축구하다 생기는 십자인대파열 같은. 아무래도 여럿이 참여하는 스포츠에서는 경쟁이 재미를 유발하다보니 승리를 위해 무리하게 몸을 쓴다거나,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다보면 탈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도 위험성은 있다. 잘못된 자세나 무게에 대한 욕심이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관련 도서와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며 자세를 계속 교정하고, 내 능력에 맞는 무게를 선택하며, 들어올렸다가도 감당이 안 된다 싶으면 얼른 내려놓음으로써 부상을 방지한다.


   운동만으론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의 강도란 굉장히 제한적이며 난 아직까지도 대식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기에 생활습관의 개선과 식이조절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추가한 하나는 간헐적 단식이다. 3년 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본 걸 계기로 시험 삼아 시작해서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같은 주제를 다룬 서적을 5~6권 사 보았다. 간헐적 단식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 가장 무난하면서 따르기 쉬운 16:8을 선택했다. 24시간 중 16시간은 단식하고 8시간 동안만 식사한다, 라는 지침이다.


  사람의 생활 리듬을 따르면 8시간 안에 두 끼를 먹게 되는데, 일반적인 직장인들에게는 아침을 건너뛰는 게 가장 편하지 않나 싶다. 16:8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아침 식사는 아메리카노 큰 컵으로 대신하고, 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먹는다. 직장에서는 구내식당 밥을, 집에서는 가정식을 배가 부를 만큼 먹음으로써 식간의 잡다한 군것질을 최소화했다. 빠른 감량을 원할 때는 주에 하루나 이틀을 정해 한 끼만을 먹었다. 1일 1식 말이다.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나는 효과를 본 입장으로서 실失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득이 훨씬 크다. 체중 조절이 용이하고, 한 끼의 전과정(장보기, 재료 손질, 요리, 섭취, 설거지, 양치질)을 건너뛰므로 돈, 시간, 에너지가 모두 절약된다. 예상 외의 효과를 하나 더 꼽자면 오전 내내 머리가 맑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전 업무를 바쁘게 처리한다. 그동안 배고픔은 잠깐 스쳐 지나가고 금세 점심 식사 시간(12:00)이 된다. 구내 식당에서 배불리 식사한다. 오후에는 포만감이 지속되어서, 군것질이 별로 당기지 않는다. 퇴근하면 바로 식사 준비를 하고, 6시쯤 식사한다. 이를 닦고 나서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물 외엔 아무 것도 안 먹는다. 가족과 저녁 시간을 즐거이 보내고 출출하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




  새벽녘에 눈이 번쩍 뜨인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일어날 때가 됐는지 확인한다.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준비를 해야 한다. 누운 채로 감각이 하나씩 깨어나기를 천천히 기다린다. 감각으로 신체 구석구석이 온전한지를 살핀다. 어깨가 결리는 날도 허리가 시큰거리는 날도 있다.


오늘은...


  이상 없음. 다시 시간을 들여 상체를 일으키고, 몸을 틀어 하체를 침대 밖으로 내린다. 두 발을 지면에 함께 디디며 일어선다. 고작 아침 기상에 이토록 주의를 기울이는 건 우리의 몸이 고작 잘못 일어남으로도 다칠 수 있음을 경험으로 배워서다.


  '부주의'가 모든 것을 한순간에 망쳐버린다. 설령 모든 물건을 다소 부주의하게 관리하더라도, 몸만큼은 최고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며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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