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마귀소년 Dec 20. 2021

계승의 아침

내 안에도 그와 같은 것이 깃들기를

사진 출처: pixabay




아버지는 한번도

도道를 논하지 않았다.

세수가 끝나면 머리를 빗어 올리고

넥타이로 목을 감출 뿐이었다.


말끔히 차린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러 현관으로 나가면

윤 나게 닦인 구두

빳빳한 뒤축에 발꿈치를 넣고는


문틈으로 오스스

살갗이 서늘한 공기와

짧은 당부를 남기

훌쩍 떠나셨다.


아침마다 외로이

그러나 어김없는 의식은

논변보다 품위 있고

진실한 가르침이었다.


이제 나도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을 나이가 되어,

한기 가득한 새벽녘

기억을 되내어 씹는다.


세수가 끝나

거울 앞에 머리를 빗고

넥타이를 매만지며

누군가에게 기원하노니


오늘 하루 무탈하여

그리운 얼굴 다시 보기를.


내 안에도

그와 같은 것이 깃들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