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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Dec 07. 2021

나를 닮아서

널 많이 사랑하고 항상 응원한다

촬영 일자: 20201204




사랑하는 나의 전부 나의 꽃망울아.


  아버지는 지금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다. 아직 기역과 니은을 구별할 줄 모르는 너지만 날마다 묻고 날마다 배우는 중이니 언젠가 이걸 또박또박 읽을 날을 즐겁게 기다린단다.


  그맘때의 너에게 궁금한 게 참으로 많다. 아무쪼록 귀찮아하지 말고 성내지 말고 이것저것 알려주겠니? 간혹 네게 성의 없게 대한 기억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땐 엄마랑 몹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거나 회사 일로 기운이 다 빠진 때였을거야. 결코 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단다.


  아가, 아버지는 널 만난 순간부터 늘 행복했다. 네가 오기 전에도 책으로 영상으로 부모 됨의 기쁨을 배웠지만 직접 만나는 기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 또 잘 먹고 잘 자고 잘 큼으로 엄마아빠의 온갖 근심을 덜어주었다. 


사랑하는 나의 2세야.


  네가 몸을 움직임에 서투르고, 쌍꺼풀이 없고, 다리뼈가 올곧지 아니하고, 겁이 많은 것은 전부 날 닮아서다. 용서하렴.


  이로 인해 마음을 다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요행히 없었다고 해도,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겁나는 일을 많이 만날 거다.


  그럴 때 혼자서 끙끙 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이것저것 알려주겠니? 엄마와 내가 언제든 기꺼이 힘을 보태어주마.


  네가 오르려는 봉우리가 있다면 눈을 떼지 말고, 똑바로 쳐다보아라. 등 뒤에 단단한 버팀목이 서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도전해라. 있는 힘을 다해 봉우리에 오르고, 그 너머의 아름다운 경치를 오롯이 만끽하기를 바란다.


널 많이 사랑하고 항상 응원한다.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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