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일자: 20211113
노을이 강물을 지나
거실 한복판까지 흠뻑 적시면
아이 손을 잡고
강가로 나선다.
세상은 주황빛
물든 것들이 한 자리씩
차분히 조용히
온몸을 내맡기고 있다.
우리도 뒤뚱뒤뚱
풍경 안으로 걸어 들어가
저들처럼
노을의 세례에 몸을 맡긴다.
정수리부터 차례로
적실 때마다
하루의 잘못들이
하나씩 불려 나오고,
미처 고하지 못한
과오까지도
너그럽고 따스한
물줄기를 타고 씻겨나갈 때,
뉘우침 없는 이 아이만이
양 팔을 휘저으며
어서 빨리
건너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