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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Nov 01. 2021

외딴방 체육관

외딴방에 차린 체육관

사진 출처: www.pixabay.com



  집 근처 체육관을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한 것이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략 6개월 간이다. 그 체육관은 큰 장점과 큰 단점이 공존하는 곳이었는데, 먼저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집에서 가깝다.

2. 아침 6시부터 문을 연다.

3. 젊은 사람이 없고 대부분 어르신이 이용한다.

4.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든지 눈치를 안 봐도 된다.

5. 일일권을 끊을 수 있다.

 

다음은 단점이다.

1. 집에서 (차로) 가깝다.

2. 락커룸이 체육관과 다른 층에 있어서 동선이 길다.

3. 어르신이 뉴스 아니면 종편 채널만 큰 소리로 틀어놓는다.

4. 배경 음악이 구리다. 온갖 장르와 시대별 음악을 마구 뒤섞어놓은 플레이리스트로, 트로트 다음에 발라드가 튀어나온다.

5. 일일권이 비싸다. 내가 이용하지 않는 온천(목욕탕)이 이용료에 포함되어 있다.


  장점과 단점이 팽팽하게 맞붙지만 그래도 그곳을 반 년이나 다닌 건, 가장 큰 장점은 출근 이전에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운동을 40분 내외로 실시한 뒤 옷을 갈아입는 데까지 1시간쯤 걸리는데 주변의 체육관은 7시, 빨라야 6시 30분에 문을 연다. 6시 30분에 운동을 시작하면 직장에 제때 도착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처럼 퇴근 후에 운동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직장인들이 몰리는 6~9시가 하루 중체육관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다. 운동을 다른 사람 눈치 봐가면서 하는 게 질색인데다, 육아나 집안일과 병행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루종일 일하고, 집까지 운전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먹고나서 치우고, 애랑 놀아주고나면 무슨 기운이 남아 쇳덩이를 들겠는가. 아침잠 좀 줄여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저녁을 여유롭게 보내는 게 이래저래 낫다.   


  뭐가 어찌 됐든 그 이후로는 빌어먹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건강 얻으려다 목숨 잃는 꼴이 날까봐 체육관에 가는 걸 그만뒀다. 사태가 진정되면 슬슬 다시 나가볼까도 했지만, 뉴스를 보니 크로스핏이나 GX, 피트니스 클럽 같은 실내 체육 시설에서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거였다. 심지어 최근 11월까지도.


  방역 지침에 따라 어딜 가도 마스크를 쓰라고는 하지만, 크로스핏이나 파워리프팅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을 수가 없다. 출입할 때는 쓰고 있다가도 호흡이 가빠지면 잠깐이라도 벗는 게 당연하다. 실내 체육 시설 관련 확진자는 주로 수도권 일대인 듯은 하지만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 확진자가 다녀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인간들은 행동력이 대단하다. 공개된 동선을 보면 시와 때 없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마구 쏘다닌다. 정말로 이불 밖은 위험한가보다.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집에다 조촐한 운동 기구를 가져다놓게 됐다. 숙고에 숙고를 거쳐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기구들만으로 마련했는데, 사놓고 보니 적지 않은 실수가 있긴 하다. 내 방에 마련한 체육관의 기구는 다음과 같다.


1. 치닝디핑 기구

2. 중량바벨 2개(15kg, 10kg)

3. 중량덤벨봉 2개(5kg)

4. 20kg 원판 4개, 10kg 원판 2개, 5kg 원판 2개, 2.5kg 원판 4개, 1.25kg 원판 2개, 0.5kg 원판 2개, 0.25kg 원판 2개

5. 인클라인 벤치

6. 중량 벨트(원판을 매달 수 있는 사슬 포함)

7. 파워 벨트

8. 풀업 밴드

9. 푸쉬업 바 1쌍


  안전과 여러 운동을 할 것을 고려해서 이것저것 구입했지만 핵심은 1,2,4번이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풀업, 딥스, 로우 등 내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운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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