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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기자인생 Feb 19. 2021

나는 왜 해양 쓰레기를 줍줍하기 시작했을까?

다이버로서의 성장 방향 재 설정

“Practice  makes perfect “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세상 사 공짜만큼 좋은 게 어딨다고?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지만, 거짓말 좀 내게 해주지 않겠니 싶은 게 사람 마음일 거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 그것이야 말로 가성비의 끝판왕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나는 가성비와의 거리가 너무 먼 다이버다. 남들도 날아다닐 때, 겨우 기어 다니는 수준을 유지했으니... 그나마 그 기어 다니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비루하나마 노력이라는 걸 했을 테니 말이다.


지난여름에는 거의 1-2주에 1번 꼴로 동해안 다이빙 투어를 다녔다. 기존 동호회의 정기투어는 매번 동해안으로만 진행되어서 조금은 지루하던 찰나에, 동호회에서 마음이 잘 맞던 분들의 초대로 우연히 제주도 투어를 함께하게 되었다. 기존 동호회에서 울릉도나 제주도를 가자고 노래를 해도, 먼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애는 너뿐이라고, 여러 번 거절을 당해, 소심한 마음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났었는데, 마음이 가장 잘 맞는 두 분이 나를 데리고 (그분들도 깍두기 모드였다는 게 함정) 제주도로를 데리고 다이빙 투어를 가주신다니, 이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일인가.  


세상의 모든 바다를 누릴 수는 없어도 3면을 바다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로서, 그 3면을 다 누리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애국심이 모자란 행위가 아닌가! 제주도로의 일탈이 내 다이빙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브런치에도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제주투어에서 만난 강사님께서 기왕 하는 다이빙 품위 있게 하자고 말씀하셨다. 이 강사님은 기존 동호회에서 알던 강사님의 친분으로 우리와 함께 다이빙을 가시기로 결정하셨는데, 모르는 사람인데 같이 다이빙 하기에 조금은 뻘쭘했지만, 판 깔아주면 또 잘 노는 ENFP 답게 금세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 ( 판을 안 깔아주면 완전 아싸가 된다는 게 흠이지만. )


1-2회의 버디 다이빙만으로도 나의 부족한 점을 납득할만한 근거로 조리 있게 설명해주셔서 하루 만에 신뢰도가 상승했는데, 그 강사님께서 다이빙을 품위있게  하자고, 말을 하신 배경에는, 그래도 다이빙이 돈을 좀 요구하는 취미인데, 그렇게 돈을 쓰면서 다이빙을 너무 품위 없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비싼 장비 구입하고 탱크 비를 내면서, 다이빙의 유일무이한 목적이 ‘해양생물 채취’인 다이버들이 너무 많으며, 이렇게 무언가에 ‘다이빙 목적’이 생기면 다이빙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이다. 나는 겨우 기어 다니는 수준의 실력이 가난한 다이버에 지나지 않았고, 나의 두 베스트 버디님들도 바다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안전하게 나오는 거 외에는 관심이 없던 분들이라서, 이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다이빙을 하는 목적, 다이빙이 좋은 이유, 그리고 우리가 함께 같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왕 하는 다이빙 문어, 해삼, 멍게, 소라나 전복 대신 쓰레기를 주워 나오는 건 어떨까?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 단체 분들의 사진이나 글을 접했음에도 실천할 생각 조차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뭐 부끄러웠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고성의 거진 해변에서 처음 주워본 해양 쓰레기들


2020년 10월 고성이 강릉이나 양양보다는 상대적으로 바다가 깨끗하다는 말에 찾았다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충격을 받았다. 정말 열심히 주운 것도 아니고,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양만 줍줍했음에도 무게도 양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해양 쓰레기에 집중을 해서 더 눈에 띈 점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주울 수 있는 수준으로 줍줍을 했을 뿐이고, 바닷속에서 그냥 들었을 때도 무게감이 느껴지던 쓰레기를 미쳐 못 들고 나와서 속상했는데도!!!


낚시하겠다고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다 보니, 바다 바깥에서 낚시하는 모든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나쁜 사람들로 보였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예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볼 때는 아무런 생각 조차 못했는데, 바다에 버려진 낚시용 찌들을 보니 낚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언제 가라앉은 지 알 수도 없던 콜라 캔도.

어부와 결혼해서 해산물을 매일매일 배 터지게 먹는 꿈이 있던 어린이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 해산물을 더 먹겠다는  욕심이 바다를 죽이고 있었다니.


다이빙을 가도 가끔 착용하고 간 장비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물론 의도치는 않았지만 벗겨지는 오리발, 잃어버리고 싶지 않던 카메라들도 방심해서 내게서 멀어지는 순간부터는 그냥 그렇게 해양 쓰레기가 되는 거였다. 어쩌면 쓰레기를 주우러 간다고 들어가는 다이빙도 바다를 죽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한가득 무거워지는 질문만이 맘에 남았다. 사람이 안전하게 다이빙을 하기 위한 목적들로 만들어진 슈트나 장비들이 , 다이빙을 하는 동안 바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지금 좋아하는 해산물을 나중에도 안전하게 계속 먹고 싶다. 지금 만나는 물고기들을 30년 뒤에도 동해에서 만나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줍줍이지만, 첫 해양정화활동 후 많은 질문을 내게 던졌다. 해양정화활동도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더 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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