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데까지만 보인다.
"가운이 그림에서 땅은 황토색이구나.
참 신기하다."
주황색에 아주 가까운 황토색, 나에게는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지금껏 놀던 땅의 색깔은 황토색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당시 내가 기억하는 땅의 색이 황토색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다. 수업시간에 내가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칭찬인 듯 칭찬 아닌 피드백을 듣고 나서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쳐다봤다. 나와 같은 색으로 땅을 색칠한 아이는 없었다. 내가 대답했다.
"선생님 그럼 땅 색은 무슨 색이에요?"
이후 나는 땅의 색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 가는 길에 처음으로 학교 주변 땅을 유심히 살펴봤다. 우리 집 주변에 있는 흙과 색이 달랐다. 난 당연히 어릴 적부터 모든 땅은 당연히 황토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황토색으로 색칠하곤 했던 것이다. 내가 봐온 우리 집 주변 흙이 황토였기 때문에. 내가 본 대로만 알고 있었다.
깨달음의 전율이랄까.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때 받은 신선한 충격은 꽤 컸다. 그 이전까지 나에게 이렇게 큰 깨달음을 준 사건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난 다른 지역에 가면 땅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어른스러운 생각에도 근접하게 되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알았는데,
땅 색이 황토색만 있는 게 아닌 거 있지?'
보이는 것을 믿는 게 당연하다. 초등학생 나처럼. 세상엔 각자 자신이 알게 된 진리가 몇 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직접 느끼고 보고 굳혀진 것이다.
사실 어린 가운이가 평생 그림에 그려진 땅을 황토색으로 칠하고 그렇게 알고 자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본인의 의지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만족하는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체계가 있을 것이니. 다만 그런 사람과 세상을 넓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만난다면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겠다.
주변에서 말하는 것을 단순히 듣거나, 시험공부하듯이 달달 외워서도 우리는 세상을 알 순 있다. 한계가 있을 뿐이다. 세상에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은 더 많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보이는 걸 넓히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련다. -뻔할수록 뻔하지 않는 법-
나와 다른 문화, 자연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다 보면 정답이라고 여겼던 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확신을 더할 수 도 있다. 또 새로운 맛, 이국적인 냄새, 기분 등을 느낄 수 있어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우기에도 좋다. 어딜 가든 상관없이 '여행' 자체만으로 나의 마음가짐을 바꿔줄 수 있어 뜻하지 않던 일을 겪더라도 해결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보너스.
뉴스와 신문도 누군가의 손을 거친 가공물이다. 우리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사실만을 걸러내도록 해야 한다. 뉴스와 신문을 보면서 나의 주변이 아닌 더 넓은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된 쟁점이 무엇이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우리나라 역사, 사회, 정치, 경제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이슈와 화제, 세상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책 읽기는 단기간에 아는 것을 넓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겪은 실패와 경험을 읽고 나만의 방법을 체득할 수도 있다. 직접 가기 힘든 곳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볼 수 있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빠르게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역사와 문학, 현대 흐름까지 책 속엔 없는 게 없다.
자신의 분야와 다른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양적인 관계보다 질적으로 세련된 관계가 되어야 한다. 내가 모르거나 생소한 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들이 있구나, 그럴 수 있구나 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혹 나와 같은 분야에 속한 사람이라도 각자 꿈꾸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듣는 귀를 열어보자.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추천한다. 새로운 스포츠, 취미, 공부 등.
내가 알고 있는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믿고 있는 게 일부분일 수도 있으며,
내가 듣고 있는 게 누군가의 편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