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절주보단 금주
술 한잔 해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따끈따끈 국물에
소주 한잔 어때요
‘술 한잔 해요 - 지아’
헤어진 인연과 술 한잔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풀어나가는 이 노래는 듣고 있으면 절절한 노랫말에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간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술 한잔 하자’는 말을 정말 많이 사용한다.
격식 있는 장소 말고 편하게 보고 싶을 때
좋은 일이 있으니 같이 놀고 싶을 때
쉽게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할 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을 풀고 싶을 때
다들 수고했으니 마시고 마무리하려고 할 때
위로를 해주고 싶을 때 등등
금요일 밤 퇴근 후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단연 술집이다.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하기 힘들지만 술로 잊고, 이겨내기도 한다. 적당한 음주는 삶에 활력을 준다. 좋은 사람들과의 술 한잔으로 지친 마음에 위로를 얻기도 하고, 사람 간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술이 삶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금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간단하게 와인을 마셨다. 평소처럼 그렇게. 유독 이 날은 취기가 빨리 올라왔다. 그간 아프지 않던 머리도 아팠고, 술도 빨리 깨지 않았다. 급격하게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금주해야겠다
나는 최근 4-5년간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교 1-2학년 때 꽤 많이 마셨지만 그 이후엔 되도록이면 혼술도 거의 하지 않았고, 필름이 끊기게 술을 과하게 마신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주량이 쎈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몸을 사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근데도 이건 싹을 잘라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음을 하고 나서 죽을 것 같은 다음날 결심하는 순간적인 금주의 욕구와는 달랐다.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페이지가 나온다. 내 생각보다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이유도 많다.
-건강 회복, 시간적 여유, 업무성과 향상, 경제력 향상, 화목한 가정, 현명한 판단, 자신감 회복, 사건사고 예방, 진정한 인간관계, 정신 회복 등
출처 네이버포스트 - 데일리 라이프
술을 끊었을 때 좋은 이유를 수십 가지, 수백 가지를 말한다고 해도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내가 이번에 금주를 다짐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음주를 통해 얻은 사람은 금주를 하면 잃더라.
늘 하던 생각이었다. 겪어봤다. 술로 만난 사람들은 대화의 주제가 술과 관련된 일이었다. 한두 번은 재미있었지만 발전적이진 못했다. 내가 술을 거부하면 날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다. 술을 멀리하니 사람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 술이 아니라도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술 먹고 난 다음 날의 컨디션 조절이 어려움.
난 분명 적당히라고 믿고 마셨다. 술 마시는 나의 상태에 따라 같은 양의 술이라도 때에 따라 몸에 굉장한 압박을 주기도 한다. 약간의 취기가 올라온 후에는 주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나는 평소 컨디션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 이런 상황이 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술로 스트레스를 풀면 감정이 과하게 증폭됨.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술을 마시면 나는 풀어지기보다는 감정이 과하게 커져서 나를 정돈하는 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소량의 술이라도 나의 판단력과 기억력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았다. 잊고 싶거나 끝낸 일을 괜히 들추거나 감정적인 면만 부각해 내가 감정에 지배되었다. 그래서 술 때문에 더 상처받기도 했다.
음주보다 금주가 얻는 게 더 많다고 느껴지는 순간까지 금주를 할 예정이다.
왜 술을 마시는가?
이 질문에 자신만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금주를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 진지하게 금주에 대해 생각해봤거나 특별히 술을 마시는 이유가 없다면 한 번쯤 술이 없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금주를 하다가 다시 술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내가 무언갈 컨트롤해보는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