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 날, 감이 안잡힌다면
아직도 나의 경력은 한 없이 모자란다. 난 3년 차가 되어가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2018년 3월 1일 자로 발령을 받아 2월 말부터 학교에 출근했다. 분명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수업을 듣고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매트에서 구르기까지 했는데...
구르기부터 줄넘기, 배구, 애니메이션 만들기, 소묘, 피아노, 단소, 과학실험실습, 수세미 만들기, 발명수업, 교육학, 철학, 영어를 포함한 전과목의 교수법 등을 배웠다. 하지만 당장 첫날 사용할 수 있는 팁은 배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학 혹은 학생들을 만나는 첫날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업무포털 '나이스'에 접속하는 방법, 학생들에게 어떤 준비물을 안내해야 후에 수월한지, 수업이 아닌 학급을 꾸려나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지도, 생각해보라고도 말해주지 않았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고
어쩌면 나와 같이 훈련받은 교사라면 당연히 떠올릴 것이라고 믿어 가르쳐주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어려웠다. 나처럼 어려움을 겪은 또 앞으로 겪을 교사는 분명 있으리라. 다행히도 출근 첫날은 부장님의 도움을 받아 교실을 정돈했다. 눈치껏 선배 교사들을 따라 이리저리 따라다녔다. 물론 같은 동학년을 맡은 교사들과 친절한 분들이 꽤 많은 도움을 주신다. 하지만 그 도움도 어느 정도까지다. 학급 운영에 대해 직접적으로 터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누구나 해낼 순 있지
하지만 미리 알았다면 확실히 학급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이런 내용을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신학기 준비를 위해서 짧은 경력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내 노하우를 적어보고, 혹시 누군가 필요하다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긴장하고 설레는 날.
<수업 이외 준비사항>
- 자리배치표 만들기
우리 반 학생들의 이름과 수를 확인한다. 학생들이 교사보다 교실에 먼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실에 들어와서 혼란 없이 착석할 수 있도록 자리배치표를 만들어 칠판에 붙여 둔다. 첫날 자리 배치는 번호순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출석을 확인하거나 이름을 외울 때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리배치표에 칠판이나 선생님 교탁을 그려주면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가 더 수월하다.
- 사물함에 번호를 표시해두기
자리배치표에 학생 이름 앞에 번호를 같이 적어주거나, 번호와 이름이 쭉 나와있는 명렬표를 뽑아서 붙여둔다면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의 이름을 찾고 사물함에 가져온 짐을 정리할 수 있다.
- 칠판에 해야 할 일 목록 적기
칠판 한쪽 면에 자리배치표를 붙여주고, 옆에는 자리를 비워 학생들이 교실에 와서 해야 할 일을 적어준다.
물티슈로 자신의 책상과 의자, 책상 속 닦고 앉기
8:30분까지 화장실 들렀다가 자리에 앉기
자신의 번호를 찾아 사물함에 짐 넣어두기
- 환영 팻말, 종이 만들기
꼭 필요하지는 않고 교사의 재량이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아이들의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환영인사와 학급 모든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교실 문이나 칠판에 붙여주면 좋다.
- 하교 준비 미리 하기
가정통신문, 아동 기초조사서, 알림장 내용(준비물 포함) 적어두기, 학부모님께 드리는 당부 안내장 등
<수업 준비>
-몇 교시까지 운영해야 하는지 체크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정상수업을 하기 때문에 수업이 일찍 끝나지는 않는다. 분명 수업 시간 중 한 교시는 개학식, 시업식을 하게 될 것이니까 제외하고 나머지 교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추천하는 활동
-선생님 소개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에서 우리 반 선생님이 누군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ppt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나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선생님과 관련한 질문 ox퀴즈, 선생님 궁금해요! 등 한 교시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때 마무리는 교사가 반드시 공지할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나는 주로 우리 반에 없는 3가지(학교폭력, 욕, 거짓말), 경어 사용하기 등을 말해준다. 학기 초에 정하지 않으면 규칙을 세우기 어려운 것들이다.
-학생 소개
1) 선생님 저는 000입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한 명의 선생님과 수 십 명의 아이들이 첫날 한 명씩 대화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종이이다. 좋아하는 것부터 장래희망, 친한 친구 등 선생님이 평소에 알고 있다면 학생을 이해하거나 생활지도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담은 질문지를 준다. 이 질문지는 방과 후에 남아서 읽으며 최대한 많은 내용을 기억한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 가서 자료를 서칭해 활용한다.)
2) 애들아, 안녕 나는 000이야.
학생들이 서로 인사하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주면 좋다. 교실놀이를 변형해서 사용해도 좋고, 이름 맞추기 놀이를 해도 좋다. 또 새로 만난 친구들과 모둠 이름 정하기를 하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실놀이도 자세히 나와있는 책도 있으니 도서관에서 참고)
-시간표 및 학교 활동 안내
미리 정해진 시간표를 뽑아서 나눠준다. 또 학교 건물의 위치, 사용하는 교문, 화장실 위치, 쓰레기를 버리는 곳 등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익숙한 것이라도 전학 온 학생이 있거나 아직 낯선 친구들이 있으니 안내해주는 것이 좋다. 도서관, 교과전담시간에 이동할 교실, 컴퓨터실에 다 같이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급 목표 혹은 슬로건 만들기
아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해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아까 교사가 우리 반에 없는 3가지를 설명해줬으니, 이번엔 우리 반에 있는 3가지를 아이들이 정하는 시간이다.
1) 가치를 담은 단어를 PPT를 이용해 한 화면에 띄워준다. (사랑, 행복, 협동, 책임감, 배려 등 약 20가지 정도 많을수록 좋다.)
2) 학생들은 각자 2장의 포스트잇을 받고, 자신이 생각나는 것 혹은 화면에 있는 단어를 참고하여 우리 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을 2가지 적는다.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칠판에 붙인다.
3) 교사는 학생들이 적은 단어를 수합해 가장 많이 나온 것 3가지를 골라낸다.
예를 들어 '지식' '협동' '우정'이라는 세 단어가 정해졌다면, 모둠별로 이 세 가지 단어가 한 문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협동하며 지식과 우정을 쌓는 우리 반'
'우정을 지키며 지식을 쌓고, 협동하는 최강 우리 반'
4)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문장을 학급 목표로 삼는다.
나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려고 쓴 글이다. 글을 쓰다 보니 아직 누군가를 위해 설명하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움에 두려움이 없는 교사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살펴보고, 선배 교사들의 방법도 살펴본 후에 학년과 학생에 따라 맞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