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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운 Feb 01. 2020

“괜찮아” 사용법

당신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낯선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인상이 나에게 정착되기까지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패션, 향기, 헤어스타일 등의 외적인 특징뿐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 대화 속 드러나는 가치관과 말투까지.

그중 오늘은 ‘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때론 무의식이 의식보다 강력하고 빠르게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곤 한다. 말도 예외가 아니다.

당신이 하루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인가?


괜찮아


반드시 눈을 마주치기

진심으로 괜찮다는 확신과 안도감 주기




ver1. 물음표 버전

-내가 먼저 다가갈 때(상황 파악 후 개입하기)

주로 물음표를 붙여서 사용한다. 너무 시끄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잠시 자리에서 함께 나와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필수다. 물어보기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어 나오는 아이의 대답에 따라 상황을 이해시키고 감정을 다독여준다.


예를 들면) 체육 시간에 재미있게 피구를 하다가 공을 맞아 아웃이 되었지만,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을 때 - 참고로 대부분 공에 맞아 놀라거나 억울한 마음이 들어 울컥하는 경우가 많다.

00, 이리  . 괜찮아?




ver2. 물결 표시와

온점의 조화가 어우러진 버전

-혼날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별거 아닌 일에도 겁을 먹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의 의도와 다른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하거나 일이 벌어져도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사용한다.


예를 들면) 모둠 활동 시간에 실수로 우유를 엎어 모둠의 활동지를 다 젖게 만든 아이에게

00, 괜찮아~  종이 있으니까 다시 하면 되지. 우유는 닦으면 되니까 괜찮아.




ver3. 느낌표 버전

-힘을 북돋아줄 때

앞서 나온 두 가지는 한 명, 한 명에게 사용하고 부드러움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다수의 아이들에게 적절하고, 말투 역시 조금 더 굵고 강단 있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반대항 발야구를 하고 처참한 경기 결과를 가지고 힘없이 혹은 입이 삐쭉 나와서 교실로 들어오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애들아! 괜찮아! 다음에 이기면 되지. 이번에 처음 해봐서 그래.


괜찮아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미술 시간이었는데 손동작이 느린 아이들은 점심시간까지 해서 작품을 마치기로 약속했다. 나는 늘 그렇듯 밥을 먹고 꼴찌로 올라갔다. 애들은 분명 말하면서 먹는데 나보다 빨리 먹고 가버린다. 그렇게 가장 늦게 교실로 올라갔는데, 아이들이 모여있어 내가 뒤로 슬쩍 가봤다. 자기들끼리 뭘 하고 있었다.


 (우리 반은 서로 존칭과 높임말을 사용한다.)

“00님 괜찮아요.”

“이거 풀로 붙일게요”

“선생님도 괜찮다고 하실 거예요”

“괜찮아요! 우리 모둠 꺼 남았는데 가져다줄까요?”


무슨 일인고 하니, 손이 느린 친구가 열심히 하고 점심을 먹고 왔는데 교실 창문이 열린 탓에 작품이 날아가 뜯긴 것이다. 안 그래도 가장 늦게 해서 눈치를 볼 친구가 당황했을까 봐 친구들은 모여서 다독이고 도와주고 있었다. 너무 예뻤다. 내가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내 행동과 말투에 책임감이 생겼다. 나를 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


괜찮아요 선생님

나도 사람이었다. 나의 실수에 내 눈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해주는 아이들을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괜찮다.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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