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답하기 어려워하는 질문은 “OO님, 주말에 뭐 하셨어요?”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여행도 싫고, 쇼핑도 싫고, 맛집 탐방 같은 것도 싫다.
그냥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둘째,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은 상대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요소이다.
난 나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도 싫고, 혹시라도 내가 말하고 행동한 것이 나한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 것도 싫다.
내향력 100%에, 철저하게 배타적인 존재가 바로 나이다.
이런 내가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고 있다.
1년 넘게 매주 외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내 삶과 생각이 투영된 글을 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으로 인한 변화이다.
처음 매주 외부 모임에 참여하는 일은 정말 성격에 맞지 않아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약 1년간 지치지도 않고 나에게 모임을 권유한 점과 무엇보다도 내가 그 사람에게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은 하는 심정으로 참여하게 됐다.
역시나 처음에는 모임의 다른 참석자들과도 살갑게 이야기도 못하겠고, 무엇보다 모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 주 한 주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모임의 몇 분과 인사도 하게 되고, 모임 시간을 보내는 나름의 방법도 찾게 되어 벌써 1년 넘게 이 일을 지속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우연히 그 사람과 브런치라는 곳은 작가만 글을 발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했다가 시작됐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 자신을 좀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막 블로그를 시작하던 때였다.
옆에 있는 사람은 블로그도 하고 있는데 브런치도 해봐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왜 굳이 그래야 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상대는 내가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식의 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날 바로 브런치에 가입하고 작가를 신청하게 됐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도 있고 필요성에 있어 주저하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상대에게 부끄럽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가 그렇고 그런 비겁한 존재여서 혹시나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평가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어떤 마음에서 움직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일들이 내 삶의 영역을 확장하게 함으로써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소재도 풍성해지고 서로의 삶에 대해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할 것도 많아졌다.
난 정말 철저하게 1인 인생을 외치며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내 속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나 혼자만 꼭꼭 숨겨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빈 D. 얄롬의 『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나 『스피노자 프로블럼』을 읽었을 때 결과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의 결론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순수하게 인정한다.
혼자만의 기쁨과 삶을 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과 삶을 함께 나누고 살아간다는 것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고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