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업무 관련 잔소리
자신감을 가질 것 -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린 때를 기억함 : “제가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라는 말은 상급자 앞에서 하지 말 것. 하급자 앞에서도 하지 말 것. 절대 하지 말 것.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세상은 능력 부족한 사람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으니, 정말로 능력이 부족하면 곧 인사조치로 알게 될 것임.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으로 에너지 소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잔소리함.
정보를 공개하고 논리적으로 대화할 것 – 타 부서 업무상대방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고민했을 때를 기억함 : “그쪽이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라는 본인의 표현에서 등장하는 ‘그쪽’의 업무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
정보를 독점하고자 하는 태도는 손바닥 크기에 불과한 직장 내 권력의 독점 의지에 다름 아니며, 당장 편하긴 하겠지만 타인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우며, 조직 업무발전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라고 잔소리함.
보다 구체적일 것 –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실망했을 때를 기억함 : 보고서에 뜬구름 잡는 얘기는 가급적 지양할 것. 뜬구름 잡는 얘기를 써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든, 그 구름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것. (즉, 구름을 그렸으면, 바람도 불어넣을 것)
구체성이 결여된 글은 아무짝에도 쓸 곳이 없으며, 방향성이 결여된 글은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함을 경계하라고 잔소리함.
유혹에 빠지지 말 것 – 자신의 업무가 아닌데도 본인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을 때를 기억함 : 타인이 해야 할 일을 섣불리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지 말 것. 이런 경향은 상대방이 공무원일 때, 또는 조직 내 상급자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남.
갈등 상황을 (개인 희생을 통해) 조기 봉합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나, 이는 장기적으로 업무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음. 일이 좀 더 진척되는 경우, 결국 그 일은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임. 그때 선의로 했던 행동이 이중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라고 잔소리함.
타인의 작은 칭찬(=유혹)에 목말라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것.
최소한의 외국어 시사 자료는 꾸준히 읽을 것 – 영어로 작성한 CEO 면담자료 표현들이 진부하다는 얘기를 듣고 실망한 때를 기억함 : 언어는 언제나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라서, 잠시라도 안 쓰면 동일한 텍스트 내에서 제자리걸음 할 수밖에 없음을 주의해야 함. (시간이 흐르면 그나마 제자리걸음 하기도 쉽지 않음)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문제임을 알고, 자신 있다고 소홀히 하지 말라고 잔소리함.
2. 새로운 포지션에 관한 잔소리 - 아랫 직원 세 명을 리드하며 일해야 하는 자리니까 하는 소리
나는 항상 관찰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엔 주님이 함께 하겠지만, 뒷담화도 항상 함께 함을 잊지 말 것.
팀장은 아랫사람들에게는 최소공배수 뒷담화거리이며, 윗사람들에게는 최대공약수 뒷담화거리임을 항상 주지하라고 잔소리함.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려 노력할 것 : 전략적 마인드가 결여될 경우 조직 내 팀장이 설 자리는 없음.
윗사람은 팀장의 전략적 사고능력을 토대로 조직 충성도를 파악하며, 아랫사람들은 이를 통하여 동기를 부여받음. 전략적 마인드의 형성은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논리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라며 잔소리함.
대안을 제시할 것 : 아랫 직원이 올린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무조건 반려할 수만은 없는 노릇임.
팀장이 되어 발생되는 여유시간은 생각하는 데 쓰라고 조직이 확보해주는 시간이므로, 그 시간을 이용해 비판을 수용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도까지 나아가야 자리보전할 수 있음을 알라고 잔소리함.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 것 - 윗사람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아랫사람들을 평가하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 : 감정이 개입되거나 관찰이 부족하여 공정하지 않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다만 경계할 것.
인간관계로 인하여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을 때 마음이 도망하지 않도록 붙들어 두라고 잔소리함.
잔소리 끝.
아끼던 후배가 회사를 떠나던 날, 나는 그의 미래를 한껏 축하해 주지는 못할망정 잔소리나 늘어놓고 말았다.
나는 스스로 부산사람/바닷사람의 기질이 다분하다고 여겼다. 나는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는 얘기들은 모조리 잔소리로 받아들였다. 나는 잔소리를 듣기도, 그리고 하기도 싫어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게 투영된 바다의 개방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배가 떠나던 날, 나는, 내지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칸트의 정언명령과 같은 외할머니의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카믄 안된데이”, “우짤라고 저라노”, “단디 해야 된데이”. 삽시간에 바다는 저만큼 물러나고 고물의 바닥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육지에 닿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를 비끄러매어 준 것은 바다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던 각종 잔소리들이었다.
내 입으로 잔소리를 늘어놓고 그제야 돌이켜 생각하니 소죽 냄새가 가득했던 외할머니의 잔소리는 자꾸만 멀리 떠나려 하는 아이에게 하는 ‘고맙다, 고생했다, 앞으로 잘 살아라’라고 하는, 육지의 바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후배야, 부디 단디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