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스 강의/제3강(1)
프로젝트 구조
이 장은 사실 가장 마지막에 썼습니다.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글의 목적은 PF 교과서1)를 대체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직원의 관점에서 사업 실사, 여신 승인, 금융계약 체결 및 사후관리 실무를 담당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고, 또 개선할 부분들에 대하여 함께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내용들을 대학에서 배웠거나 혹은 그간의 실무경험을 통하여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이 책이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처음 접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기본적인 구조마저 소개하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는 것이 꽤나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여기서 프로젝트 파이낸스란 무엇인가, 그 장단점은 무엇인가,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참여자는 어떤 이들인가 등 매우 기초적인 내용들까지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대주단의 관심사라기보다는 발주처 또는 사업주의 관심사인 refinancing gain 분배2) 등과 같은 내용도 이 강의에서는 언급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개념 정립에 혼란을 겪었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만나본 어떤 직원은 cost-plus3)의 건설계약에만 익숙한 상태라서 Lump-sum4) 건설계약의 존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발주처 기술 컨설턴트(엔지니어) 업무5)와 EPC 계약을 체결한 건설회사의 업무를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직원은 건설회사의 하자보증 서비스를 O&M 계약으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직원은 컨설턴트와 운영사(operator)를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발주처 컨설턴트와 사업주 컨설턴트, 그리고 대주단 컨설턴트를 서로 헷갈려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PFI 방식 PPP 사업에서 발주처가 서비스 가용성(availability)을 충족한 프로젝트 회사 앞 지급하는 서비스 요금(service fee)을 정부 보조금으로 인지하고 있는 이도 있었고, 그러므로 서비스 요금과 VGF(Viability Gap Funding)6)를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었습니다. 한편 우리 기업의 중동 지역 도급사업만을 담당해 온 직원은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 계약을 EPC 계약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수출금융을 담당하는 입장에서야 외화가득효과를 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는 EPC 계약이 중요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EPC 계약이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핵심 계약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총사업비의 70~8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계약이지요)
그러니 여기서 당초 생각했던 강의 순서인 금융적합성(bankability)으로 넘어가기 전에 여기서 잠시 멈추고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구조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업 당사자들이 어떤 계약관계를 통해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나가는지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3-1. PF 구조도
PF 시장 참여자 모두는 아래에서 소개할 PF 구조도, 그리고 프로젝트 회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계약관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구조도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상대방이 오해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직장 상사에게도 자신이 취급하고 있는 업무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이 거래는 본 건 사업의 F/S7)를 지원하는 거래입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대신 "이 거래는 본 건 사업소재지국 정부, 즉 발주처 앞 F/S를 지원하는 거래입니다. 한편, 이 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 사업주들이 별도로 검토하고 있는 F/S에 대하여는 KIND8)가 이미 지원하였습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F/S 실시 주체를 명확히 하여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본 건 사업의 입찰의 대상이 되는 계약은 EPC 계약이 아닌 양허계약입니다. 아시겠지만 통상의 PPP 사업에서 발주처는 EPC 계약을 포함한 서브계약의 입찰 실시 여부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처럼 사업구조와 특성을 감안하여 답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짧게 PF 거래구조도와 계약관계를 살펴본다 하더라도 위에서 예로 든 오해들을 전부 없앨 수도 없고, 또 이후에 이어질 강의 내용을 읽는 도중에 생길 수 있는 질문들에 전부 답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제1강의 말미에 제가 마이클 루이스의 말을 빌어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잘 모를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닌 것이다”라고 조언한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지만 PF 업무를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때 너무 디테일한 부분에만 마음을 뺏기지 말고, 여유를 갖고 PF 거래구조도를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뜻하지 않게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누가 알겠습니까?9)
자, 이제는 서로 비슷한 세 개의 거래구조도10)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통상의 발전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는 구조도이고, 두 번째는 유료도로 사업의 구조도이며, 세 번째는 PFI 모델(예컨대 병원 등) 사업의 구조도입니다. 모든 구조도의 중심에 프로젝트 회사가 위치하고 있고, 그 위쪽에는 프로젝트 회사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구조(자본금 및 차입금)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프로젝트 회사가 실제로 프로젝트를 건설하고 또 운영을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서브계약11)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림1] 발전 프로젝트 구조도
[그림2] 유료도로 프로젝트 구조도
[그림3] 병원 프로젝트 구조도
그리고 프로젝트 회사 좌우에는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계약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발전 프로젝트 구조도에서 그것은 전력구매계약이고, 유료도로 프로젝트 구조도에서는 양허계약, 그리고 병원 프로젝트 구조도에서는 사업계약입니다. 이 계약들이 바로 ‘프로젝트 핵심 계약‘인데, 그 이유는 프로젝트 회사가 이 계약들에 근거하여 매출수입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즉, 프로젝트 회사는 ①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전력회사로부터 전력판매대금을 받고, ② 양허계약을 통해 도로 사용자들로부터 통행료를 받을 수 있으며, ③ 사업계약을 통해 계약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PP 사업에서 발주처가 입찰에 부치는 계약들이 바로 이 계약들입니다.12) 발주처는 통상 입찰 참여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짓든, 혹은 어떤 방식을 통해 서브계약을 체결하든지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민간 부문이 ‘프로젝트 핵심 계약‘에서 정의한 바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핵심 프로젝트 계약들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서는 제7강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이 계약들이 가장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계약들이라는 점만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계약들이라는 것은 결국 매출을 발생시키는 계약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래에서는 주요 서브계약들에 대하여만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1) 주로 PF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발주처 또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그래야 PF 사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리파이낸싱을 통해 차입금의 이자율이 낮아지면, 이에 따른 혜택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 이슈입니다.
3) 총액계약(Lump Sum)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계약시 계약액을 미리 확정하기 않고 실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즉, 실비정산계약의 한 유형입니다.
4) 건설가격을 미리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추가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는 건설회사가 전부 부담합니다.
5) 주로 건설에 필요한 자재의 물량과 단가를 조사하여 발주처 앞 제공합니다. 발주처는 이를 바탕으로 cost-plus 방식의 건설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에 나서게 됩니다.
6) 예컨대 서비스 요금 수준에 제약이 있어, 이 수준만으로는 민간 사업자들이 PPP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VGF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건설기간 또는 운영기간에 일정 정도의 금액을 보조해 주는 제도입니다.
7) Feasibility Study(사업 타당성 검토)
8)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센터(Korea Overseas INfrastructure & Urban Development Corporation)의 약어입니다.
9) 거래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니까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 상태에서 시도하는 협상은 그 전과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10) 아래 그림들의 출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원리, 제2판」 (E.R.Yescombe) 제3장입니다.
11)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프로젝트 핵심 계약과의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굳이 ‘서브계약’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12) 정부구매계약의 경우, 정부는 EPC 계약 등 필요한 각각의 서브계약에 대하여 직접 입찰에 부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