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담보는 방어적 목적을 같습니다. 채권자가 담보권을 설정한다면 그의 권리는 무담보채권자의 권리에 앞서게 되며, 이 경우 차주와 담보채권자 간의 관계에 무담보채권자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담보채권자가 차주의 운영에 지장을 주는 행동(예컨대 파산신청 등)을 취하는 경우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별로 없을 것이며, 실제로 그러한 행동을 취한다 하더라도 담보채권자들은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기인합니다.
둘째, 담보는 경영관리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담보권자인 대주단 또는 그 위임인은 담보물을 단순히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담보권이 설정된 자산에 대하여 receiver 등을 선임함으로써 해당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차주의 주식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였다면, 대주단은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주식을 직접 보유 또는 위임인에게 보유케 함으로써 사업주를 대신하여 프로젝트 회사를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계약(direct agreement)을 통하여 통제권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 모두는 대주단으로 하여금 (필요시 완공시키거나 운영을 함으로써) 향후 프로젝트 현금흐름이 회복될 때 이를 통하여 차입금을 상환받거나 프로젝트를 제값에 매각(헐값 매각에 반대되는 의미)함으로써 채권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자산 담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상기 수출입은행 규정 ‘1. 차주의 자산(설비, 건물, 토지, 현금, 채권 등으로 장래 취득분 포함)이나 수익금’에 대한 담보를 설정함에 따라 가능한 방법입니다.
영국법은 과거 floating charge1)를 보유한 채권자들에게 receiver를 선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는데, 이렇게 선임된 receiver는 자신을 선임한 대주단 앞 대출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차주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Receiver는 자산관리인(administrator)과는 달리, 자신을 선임한 담보부 채권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참고로, receiver 제도(receivership)와 대비되는 법정관리(administration)2)의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계속기업으로 회사를 유지
② (법정관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회사를 청산하는 것 대비 채권자 전체를 위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
③ 담보채권자 또는 우선변제권자 앞 배분을 위한 자산 처분
자산관리인은 ①번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또는 ②번과 같이 채권자 전체에게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①번 목표를 추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③번 목적은 ①번과 ②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또 전체 채권자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경우에만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산관리인이 아니라 receiver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은 담보부 채권자들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그런데 영국은 2003년 Enterprise Act 2002 s.250(1)을 통하여 선순위 채권자들이 receiver를 선임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3) 이러한 조치는 당시 영국의 담보와 관련된 법은 담보채권자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Insolvency Act 1986 s.72A는 여전히 이러한 조치에 대한 일곱 가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프로젝트 파이낸스 또한 그중 하나에 해당합니다.4) 한편, 이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하여 금융이 제공된 상태(a financed project)여야 하며 개입권(step-in rights)5)이 존재해야만 합니다.
물론 영국 외 다른 국가에서는 통상 채권자들이 receiver를 활용하여 차주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해당 국가에서는 그러한 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대부분 대륙법 체계에서 그러합니다), 담보채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차주의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도산법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Chapter 11 제도)
프로젝트 회사가 제공한 담보에 부대되어 있는 강제집행 권리를 통하여 차주를 통제할 수 없다면, 대주단은 적절한 직접계약으로 보완6)되는 주식 질권을 행사함으로써 통제권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상기 수출입은행 규정 ‘3. 차주가 발행한 주식 또는 차주에 대한 사업주의 대출채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함에 따라 가능한 방법입니다. 주식뿐 아니라 대출채권에 대하여서도 질권을 설정해야 하는 까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통상 후순위대출인) 사업주의 대출채권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순위 채권처럼 취급받을 수 있는 위험7)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접계약은 대주단의 이러한 행동이 개입(step-in)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줍니다.
다만, 질권 행사를 통해 프로젝트 회사를 통제하는 것은 대주단을 사업과 관련된 각종 위험에(환경, 세금 문제 등) 노출시키고, 특히 배후이사(shadow director) 간주 등과 관련된 이슈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쉬운 선택지가 아닙니다.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곳에 프로젝트 회사의 주식만을 자산으로 보유하는 모회사를 설립하고, 동 지분에 대하여 대주단이 floating charge를 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동 floating charge에 기하여 receiver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receivership이 유지되는 기간은 구조조정 방안을 통과시키는 기간 등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어야 할 것입니다.8)
직접계약(direct agreement)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상기 수출입은행 규정 ‘2. 거래 관련 계약에서 정한 차주 권리’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함에 따라 가능한 방법입니다. 직접계약은 프로젝트 회사와 대주단, 그리고 주요 프로젝트 계약 당사자들 삼자 간 9)의 권리의무 관계를 미리 정해놓는 계약입니다. 한편, 주요 프로젝트 계약이란 통상 양허계약, 건설 계약, O&M 계약, 원재료 공급계약 및 생산물 구매계약 등을 일컫습니다. 직접계약을 체결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로젝트 회사가 금융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주요 프로젝트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한 경우 대주단이 개입권을 행사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직접계약은 주요 프로젝트 계약이 쉽게 해지될 수 없게끔 함으로써 담보의 방어적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대주단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경우 프로젝트 계약에 따른 프로젝트 회사의 권리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담보의 공격적인 역할을 달성합니다. 추가적으로, 대주단은 직접계약을 통해 프로젝트 주요 계약을 별도 기구 앞 이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직접계약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계약을 활용한 개입은 대주단에게 직접적인 채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프로젝트 주요 계약을 별도 기구 앞 이전시킬 때 발생하는 엄청난 법률적 처리사항(그리고 당연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실무적이라기보다는 이론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셋째, 담보는 담보채권자들에게 차주 부도시 통제권을 부여합니다. 담보권자인 대주단은 차주에 대한 구조조정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통상 보다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시 채권자 일반이 지니는 차주에 대한 통제권은 법정관리 계획 인가, 인가된 계획의 변경 승인, 그리고 자산관리인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자산관리인의 기능과 관련된 사항을 보고받을 수 있는 채권단협의회의 구성, 그리고 자산관리인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담보채권자들의 영향력은 Insolvency Rules 1986 r.2.24에 의거 대거 약화됩니다. 동 규정은 “채권단협의회에서 담보채권자의 의결권은 자산관리인이 평가한 담보물의 가치를 차감한 이후의 채권 잔액에 국한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10) 그러므로 자산관리인의 행위와 관련된 투표권 행사 시 담보채권자의 역할이 무담보채권자의 역할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사항이 전부는 아닙니다. 담보채권자는 당연하게도 법적으로 채권자 일반에게 허용된 자구책을 구할 수 있고, 담보채권자를 보호하는 별도 보호장치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어떤 채권자라도 자산관리인이 자신을 부당하게 취급하거나 그렇게 행동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법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Insolvency Act 1986 Sche.B1 para 73은 자산관리인의 제안이 “담보채권자의 담보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 애당초 차주나 무담보채권자들이 제시한 자산관리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담보채권자들 또한 자산관리인 후보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자산관리인 선임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11) 이러한 방식으로 담보채권자들은 법정관리 시 의결권이 축소됨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국의 법체계를 바탕으로 PF 방식의 채권보전장치의 목적에 대하여 살펴봤습니다. 영국의 법체계를 사례로 든 것은 국제계약의 준거법으로 영국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고, 또 receivership 등 대주단에게 유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인데, 마침 우리 기업이 참여한 PF 사업에 대하여 이 제도를 활용하여 구조조정을 추진한 최근 사례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Jurong Aromatics Corporation에 대한 구조조정 건인데, 이는 제4절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PF 방식의 채권보전장치의 목적에 대하여 다소 길게 설명하였지만 당장 손에 뭔가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여신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프로젝트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PF 방식의 채권보전장치가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느냐?‘와 같은 질문을 받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머리가 하얘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래에서 설명할 것처럼 대부분의 개도국 사업에서의 PF 구조조정은 아무래도 채무재조정(amend and extend) 방식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선진국 사업에 대하여서는 위에서 언급한 receivership이나 질권 행사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주단 법률자문사의 업무범위(workscope)에 PF 방식의 채권보전장치에 대한 세 가지 목적, 즉, 방어적 목적, 경영관리 목적 및 차주 부도시 통제권 확보 목적에 대하여 보고서를 제출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12) 이를 통해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밑그림을 미리 그려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 실제로 부도가 발생하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사전에 검토한 바에 따라 차근차근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 회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자산에 대한 담보로 회사가 통상적인 사업을 영위한 동안 변동될 수 있으며, 담보권자가 별도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담보설정자는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담보권자가 완전한 통제권을 지니고 있을 경우 이를 fixed charge라고 합니다.
2)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절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도입니다.
3) 250 Prohibition of appointment of administrative receiver (1) The following shall be inserted after Chapter III of Part III of the Insolvency Act 1986 (receivership: receiver’s powers) - “CHAPTER IV PROHIBITION OF APPOINTMENT OF ADMINISTRATIVE RECEIVER... (www.legislation.gov.uj/ukpga/2002/40/section/250)
4) Insolvency Act s.72B first exception: capital market. 72C second exception : public-private partnership, 72D third exception: utilities, 72E fourth exception: project finance, 72F fifth exception: financial market, 72G sixth exception: registered social landlord, 72GA exceptions in relation to protected railway companies etc (www.legislation.gov.uj/ukpga/1986/45/section/72)
5) 동 법 Schedule 2A에 개입권이란 (a) 프로젝트 전부 또는 일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 또는 (b) 프로젝트 전부 또는 일부를 운영하기 위하여 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6) 국가에 따라 질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순히 지분을 매각하는 것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직접계약 및 트러스트 구조 등을 활용한 경영권을 위임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놓지 않은 경우 질권만으로는 회사 경영관리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7)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매수인은 통상 모든 채무관계에서 자유로운 ‘깨끗한 상태’의 자산을 희망합니다. 이때 사업주의 대출채권에 대하여 질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사업주가 이를 빌미로 대주단에게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8)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던 프로젝트 회사에 대하여 비협조적인 일부 사업주를 배제하기 위하여 실제로 이러한 방식의 강제집행을 심각하게 검토한 바 있습니다. (마침 문제가 잘 풀려 이를 실행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9) 그러므로 tripartite agreement로 불리기도 합니다.
10) Insolvency Rules 1986 2.24 (secured creditors) At a meeting of creditors a secured creditor is entitled to vote only in respect of the balance (if any) of his debt after deducting the value of his security as estimated by him. (www.legislation.gov.uj/uksi/1986/1925/article/2.24/made) 참조.
11) 법정관리가 유지되고 자산관리인이 제시한 구조조정 방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추가적인 자금지원 등이 필요한데, 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이들은 통상 담보채권자들인 대주단이 됩니다. 한편, 대주단이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자금을 공여해 줄 때 특정 조건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주단은 자산관리인에게 간접적인, 그러나 매우 효과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12) 통상의 법률자문사 딜 팀에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전문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 또한 구조조정은, 소송업무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별개의 업무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