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1인 비즈니스 찾는 법
창작자의 성공엔 무조건 거대한 대중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편화 시대엔 당신의 강점도 비즈니스도 마이크로해져야 합니다
Will Hatton은 The Broke Backpacker라는 사이트로 여행 관련 사업을 합니다. 홀로 떠난 여행 중 자신이 저예산이지만 실속 있게 여행을 다니는 것을 알았고, 그는 이 노하우를 블로그로 남기기로 합니다.
기존 여행 블로그들이 일반적인 관광코스 및 맛집, 액티비티 정도 알려주는 식이었다면, 그의 블로그의 타겟은 명확합니다. 오히려 좁습니다. 돈 없는 백팩커들을 위한 여행팁이 컨셉입니다. '어떻게 하면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는지', '여행지에선 어떻게 흥정하는지' 등에 대해 전달합니다. 그는 스토리텔링도 잘하지만 특히 사람들이 어떤 것을 궁금해할까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제목만 봐도 클릭해보고 싶은 주제를 잘 찾습니다. 여행 가서 히치하이킹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작은 컨셉으로 시작한 블로그는 오히려 더 특색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The Broke Backpacker는 무작정 모든 비용을 아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자 보험은 꼭 드는 것을 추천하고, 오히려 좋은 여행장비가 결국 돈을 아껴준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싸게 여행 다니는 단순 정보 아닌, 그가 바라보는 합리적인 여행이란 관점을 공감합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블로그가 유명해지며 사업화 방법은 쉬워졌습니다. 여행 관련 용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 금액의 일부를 수익으로 받는 방식(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 가이드 및 노하우를 디지털 상품으로 판매합니다. 또한 현재는 블로그 방문자 중 디지털 노마드(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근무 형태)의 비중이 높자, 이들을 대상으로 머물 수 있는 호스텔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하루 30분으로 월급만큼 번다는 복붙형 블로그 말고도, 조금만 다른 관점을 붙인다면, 블로그도 충분히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David Rees는 조금 더 괴짜입니다. 더 괴짜라서 더 유명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자신을 '연필깎이 장인'이라고 칭합니다. 원래 정치 만화가로 활동했으나, 2010년부터 연필 깎는 작업을 직업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 수작업으로 연필을 깎아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는,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빠르게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점차 인지도를 쌓게되자 유명 인사들도 그를 찾는 고객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1,500명 이상의 고객의 연필을 깎아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그의 활동에는 유머와 장난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그를 찾아온 고객들도 그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준 것입니다. 연필을 깎기 위해 몸을 푸는 자세를 알려준다거나, 폭포수 아래에서 연필을 깎는다거나 하는 활동들이요. 실제 연필깎이의 장인이라기보다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자신을 찾게 만드는지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만약 '연필을 깎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이며 '그게 돈이 될 수 있는 시장'인가를 고민했다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작 2천명의 고객만을 생각하고 시장에 뛰어들 기업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나 가치를 제공해줘야한다는 기존 브랜드의 논리에선 그의 비즈니스가 특이하게 보일 것입니다.
'천명의 진정한 팬'이란 개념은 나를 지지하는 충실한 1천 명의 팬만 있다면 혼자선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음을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1인 창작자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대한 대중을 겨냥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1,000명의 진정한 팬만 확보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팬은 창작자가 내는 모든 콘텐츠나 제품을 기꺼이 구매하거나 지원하는 열성적 사람들을 말합니다.
물론 창작자는 그들과 직접 거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몇만 구독자가 우스운 요즘에 생각보다 높지 않은 숫자입니다. 아주 낮은 확률의 매력이라고 하더라도, 전 지구에 내 비즈니스를 좋아할 사람은 천명이 훨씬 넘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국내 사례도 존재합니다. 커피 한잔이라는 소개팅 앱을 1인 개발한 'K리그 프로그래머'님도, 1인 개발 특성상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2천 명 정도의 많지 않은 숫자여도 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커피 한잔은 사진 없이 대화로만 이야기하며, 회사 메일 인증 통해 다른 앱들과 차별한 것이 특징입니다. 누군가는 온라인 상에서 사진없이 대화하기를 선호하며, 최소한의 인증 과정이 신뢰도를 준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가치에 이미 수많은 소개팅 어플이 있음에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세상의 취향은 점점 세분화되어 왔습니다. '둘둘둘'과 '둘둘셋'으로 커피의 취향을 구분 짓던 시대에서,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이야기합니다. TV채널도 3~4개였던 시절을 지나, 각자의 구독채널과 각자의 디바이스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속도로 봅니다. 앞으로도 거대한 취향의 방향은 더 잘게 쪼개지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큰 기업 입장에선 모든 세분화된 니즈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1인 비즈니스는 더욱 성장할 것이며,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합니다. 투입비용이 적으니 이익을 적게 고려해도 괜찮습니다. SWOT 분석, Go to Market 전략 같은 어려운 용어와는 조금 떨어져 봐도 무방합니다. 레드오션이라고 하더라도 나 하나 먹을만큼은 충분한 물고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디자인'이나 '요리'라고 말하기보다, 그 안에서도 어떤 디자인을 잘하는지, 어떤 카테고리의 맛을 잘 느끼는지 세분화해서 찾아보세요. 햄버거 하나만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다른 요리 채널보다 더 빠르게 구독자를 모을 수 있으며 훨씬 더 기억하기 쉬운 키워드입니다.
얼마나 깊게 세분화되는지, 내가 어떤 세부적인 강점과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발견함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강점과 관점을 팬들이 나를 발견해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신해 보고 이야기해 보세요. 곧 1천 명의 진정한 팬들이 당신을 찾아 줄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