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좋아했어, 좀 많이
아니 나는 너를 사랑했었어, 아직까지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이없게
길을 걸을 때 차도로 걷는 것
걸음을 뗄 때 보폭을 맞춰 주는 것
맛있는 걸 보면 지체 없이 네가 떠오르는 것
느낌 있는 걸 보면 너에게 연락하고 싶은 것
옹졸한 마음이 너를 좋아한다는 걸 들키기가 숨는다
너는 나를 사랑했을까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사랑한 적 없는 걸까
대답 없는 벽에 대고 너에 대해 읊어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도 없는 질문을 계속하는 건
내가 너를 사랑했던 마음이 여전히 여기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기에 그런 건지 모르겠다
새삼스레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는 질문에도 처연하게 대답하려고 애쓰는 내가 내가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