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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Jul 16. 2018

Dyspnea attack 말기 폐암환자 간호

소년 같은 분의 마지막

77세 말기 폐암 남자 환자분이 계셨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하다 연고지 문제로 지방으로 저희 병원에 입원하신 분이었다

길어야 3개월이라는 말을 들은 분이셨다..

뭐랄까...

말기암환자 특유의 어두움이 잘 보이지 않는 분이었다

하얀 백발머리에 짧은 머리스타일인데 피부도 하얀 편이라 연세에 맞지 않게 소년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말할까 소년의 순수함?

또 객혈을 500원짜리 동전만큼 하루에 10번 정도 계속하시던 분이라 그런 사소한 것이라도 물어보거나 말을 걸면 웃으며 몇 번 했다~말씀해주시곤 매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라고는 말하며 웃곤 하셨다

내가 전혀 도움이 된 게 아닐 말이다.. 내가 훨씬 어린데도 말이다.. 힘든 건 정작 본인인데도 말이다..

그 미소는 어떻게 그렇게 나왔을까 힘든 걸 내색치 않고 씩 웃어주는 그 모습이 아직 그림같이 생생히 그려진다


그렇게 항암치료를 끝내고 당연히 퇴원할 줄 알았던 분인데 갑자기 숨이 너무 차다며 산소를 올려줄 수 없냐 물으셨다


그런데 잘 보니 원래 가래 끓는 소리가 많이 나는 분이 아닌데 가래가 끓는 소리가 심하며 산소포화도가 89~90%였다.

당직 의사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니 그분의 CT 결과를 보곤 폐가 완전히 기능을 잃었을 것 같은데? 라며 걱정하시며 처방을 주셨다..(nebulizer *기관 확장시켜 숨쉬기 편하게 만들고 가래가 좀 더 묽어지게 도움을 준다, 가래 주사 등등)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밤 근무를 갔을 때 할아버지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음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쓰셨고(폐의경우 회복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기도삽관을 한다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경우가 많다.)

쓸 수 있는 산소 최대치를 쓰고 계셨다 그럼에도 숨이 차서 산소포화도 78~95%를 왔다 갔다 하셨다

여담이지만 폐암환자는 말기에 물속에서 숨 쉬는 기분이라고 한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그 답답함에 불안이 심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특징적인 것 같다


밤동안은 괜찮았냐고 물어봐주라..

그렇게 묻는다면 빙그레 웃을 것 같다!

간호사실에서 집중적으로 보려고 뺏는데 자꾸만 소변줄이 답답하다고 빼려고 하고, 내려오려고 하고, 배가 아프다고 하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고..


할아버지가 얼마나 우리에게 잘해줬는지 아니까 그냥 그 모습도 안쓰러웠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 최대한 친절하게 진통제도 주고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혹시 소변줄이 막혔나 다시 다시 씻어내는 것도 확인해보고, 혈압은 괜찮나 활력징후(vital sign)도 재고, 산소 수치 떨어지는 것 같아서 nebulizer도 당겨 시행하고, 산소 물도 채워주고, ekg(심장리듬분석) 보는 거 떨어지면 다시 붙여주고, 산소 포화도 제대로 안 나오면 옆에서 있어주고, 라인이 막혀서 다시 새로 라인 잡고, 소변통 비워주고...(이분에게만 시행한 것만 이 정도다.. 루틴 일은 또 따로 열심히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내 밤 근무가 끝나가는가 했는데...

이제 날이 밝아 아침 근무자들도 오고 하자 보호자분이(배우자) 본인도 잠도 좀 자고 병실에 들어가서 밥도 좀 먹고 하자며 극구 병실로 들어가겠다 했다(연신 고맙다, 고생했다 하셨다..)


안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안 좋아지면 나 오든 동하자.. 하면서 계속 들어간다기에 할아버지 정신도 다 잇으시고 산소포화도도 불안정하긴 하지만 80~90%대 유지되고 시끄럽게 하실 분은 아니라고보고 병실로 또 산소도 끌고 EKG 모니터도 끌고 석션 기계랑 네뷸라이저 기계랑 해가지고 겨우 병실로 모셨다


그리고 다음번 근무자에게 인계도 다 주고 마무리 짓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 좀 와보세요!!!!!! 할머니의 다급한 외침에 간 곳에는 남자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할아버지....

난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밤동안 한 일은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괜히 병실로 모셔 집중적으로 환자분을 보지 못해 환자분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것, 보호자가 마음대로 하게 한 것..


아까도 말했듯이 할아버지가 계속 소변줄로 뭐라 했듯이... 병실로 들어가서는 대변을 보겠다고 화장실을 꼭 가겠다고 보호자에게 했다고 보호자는 말했다

'그렇게 내가 자리에서 보라고 했는데도 굳이 가겠다 해서..'


누구의 탓이랄 것도 없이 내 생각엔 내 잘못이 너무나 커서 정말 반성하게 됐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하며

보호자분이 우시는데 남몰래 내 눈시울도 같이 붉어졌버렸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눈물도 안나는 나인데..


바로 간호사실로 모셔 산소포화도는 안정되었고, 활력증상도 괜찮아졌지만...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누군가와의 헤어짐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이 더욱 느껴졌다


일을 마치며 집에 샘들과 가면서 선생님의 "편안히 보내드려야지.."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역으로 어쩌면 좀 더 늦출 수 있을까 생각하며, 보내지 못하는 게 내 어린 마음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이틀 후 영원한 이별을 했고, 난 그 후  할머니와는 위로의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며 눈시울을 붉히며 헤어졌다


내겐 잊히지 않을 미소를 기억시키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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