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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Apr 18. 2019

간호사가 아플 땐 누가 위로해주나

Feat. 감기

데이 근무를 마치고 이브닝 근무를 하는 날

아침에 어머니가 깨워 겨우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다시 잠에 든다

그러다 눈뜨니 오전 11시 30분 출근은 12시에 해야 한다

어제 데이 근무를 마치고 일찍 잤지만 수영하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일까 오전 내내 잠이 쏟아져 내렸다

부랴부랴 눈만 떠서 씻고 출근

컨디션? 나쁜지도 모르고 출근


후배 선생님한테 인계를 받는데 내시경이나 담췌관 조영술을 한 환자들이 시술을 마치고 우르르 우리 병실로 온다

혈압과 맥박 체온 호흡수 바이탈을 재는데 웬걸 수축기 혈압 90mmHg..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맥박을 재는데 full로 50

어지럽다 하여 인계받는 도중 담당의사 선생님한테 노티 하고 ekg(심전도)까지 찍고 다시 인계


그리고 그 인계받는 와중에 복부 ct가 나고 po약이 취소 나고 그 와중에 kt op 했던 환자 3시간마다 바이탈에 4시간마다 식이 배설량 체크하는 환자에

시술 갔다 온 사람들 검사 결과 설명에 담당의 면담 원하여 연결시키는 와중에


콧물 스윽 전화하는 목소리 듣는 선생님마다 "ㅇㅇ아 감기 걸렸어? 약은 먹었어?"라는 말에 잠시 눈물 슬쩍 훔치다

다시 바쁜 일에 집중


호흡기 중환자실 환자 격리환자가 전동 오는데 언제 받을 수 있냐는 전화.

부랴부랴 환자 정리하고 전동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웬걸. 중환.. 그래도 어쩌겠어하고 있는데 격리환자 병실이 하나도 준비가 안되어있다 이건 데이 때부터 걸려 있던 환자인데 격리 환자라면 미리미리 방을 만들어놨어야 하는 건 아니냐는 내 속마음과 다르게 팀 널싱이라 혼자 동분서주하며 서류 차팅 격리 의료폐기물통 찾으랴 노란 비닐봉지 옷 찾고 산소 갔다 놓고 양쪽 팔 세이브 팻말 걸어두고 그 와중에 낙상 패드 욕창 패드 깔고 이케이 쥐 모니터 세츄모니터 e-pump(gomco) 갖다 놓고 격리니까 바이탈 기계 장갑 다 갖다 놓고 환자 받으니 벌써 오후 5시


저녁 약 돌리고 이제 전산업무를 시행하려고 노력했는데 입에서 죽고 싶다 자살하고 싶다는 혼잣말이 절로..


그 와중에 보호자의 컴플레인.. 반말을 하며 "왜 나한테 말도 없이 가져가?" 욕창 연고였는데 바로 성형외과 치료실로 내려야 하는 걸 보호자한테 나중에 내려가서 쓰라고 줬다가 생각해보니 바로 그 치료실에 내려야 하는 거라서 말하고 가져갔는데 말을 안 했다니...

그리고 그거 비싼걸 왜 한 번도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걸 왜 가져가? 라는데 낸들 압니까 의사 선생님이 처방 내고 그걸 성형외과 치료실로 내리라고 해서 내린 건데

그리고 뜬금 "문을 쾅쾅 닫아?"... 네.. 제가 죄인입니다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았는데 내가 부주의했던 적이 있었겠지... 어찌됐든 이래저래 죄송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 하며 넘어가는데 그것마저 힘든 하루


팀 널싱이라는 게 좋긴 하지만 혼자 하는 것이 너무나 벅차구나 싶은 게 있었다 아무리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오늘도 혼자서 난리 부르스를 치다가 새벽 2시가 되어도 잠을 자지 못하며 쓰는 글


나이트 근무를 하는 친구는 보호자가 간호사가 대답을 안 했다고 복도를 따라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물론 대답을 안 했다면 잘못했지만 다른 사람들 자는데 그렇게 시끄럽게까지 할 필요 있었을까

우리가 같은 인간으로서 힘들 수 있음을 알 수 없나요

항상 웃고 싶지만 간호사도 아플 때가 있잖아요

열이 38도가 넘고 콧물이 나고 머리가 아파도 간호사는 일합니다 눈물 나도 일하고 서러워도 일하고요

변명 같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다

너무 아픈 하루였다


고생했다 그 한마디면 될 것 같기도 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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