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좋은 제약회사에 취직하고 친했던 이가 나가고 하면 나도 그만둘까 하고 고민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잘 다니다가도 괜히 우울해지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것인가 계속 고민이 들기도 하며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같은 병원 대학 때부터 친구에게 털어놨다
이 친구도 자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 친구였다
당연히 "야 당장 때려치우자"라고 할 줄 알았었는데 친구의 반응은 조금 의외였다
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요새 웃음이 많이 없다고 느끼거든? 옛날에 비해서 굉장히 웃을 일이 없어
근데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얘가 "선생님은 언제 마지막으로 웃으셨어요?" 하는 질문에 생각해보니 환자분 덕분에 웃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거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였지만 그때 당시 사소한 말 한마디로 꺄르륵 웃었다는 이야기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다
환자분이 자리에 갔다 오니 베개가 없어져서 "선생님.. 제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베개가 사라졌어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라며 굉장히 의문스러워하며 간호사 선생님한테 물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엥? 베개가 없어지다니.. "아 베개 하나 새로 다시 드릴게요~"라고 대답했고
그런데 아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자기 베개가 없어졌는지 모르니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베개가 없어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진상을 궁금해하셨다
그래도 간호사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넘어갔는데
좀 있다가 그걸 살짝 엿들은 다른 간호사가 "아.. 잠깐만 베개??" 하면서 화장실을 갔던 그분 침상이 너무 깨끗하고 막 입원 준비해놓은 침상이랑 똑같아서 (이불도 발치에 개져 있고 베개도 가지런히..) 환자가 없는 줄 알고 모르고 바로 옆자리 환자에게 쓴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우리는 그 아저씨가 왜 그렇게 의문스러웠는지 공감되면서 베개의 진상을 찾던 아저씨가 너무 귀엽다며 한참을 웃었다
또 다른 아저씨는 깔고 자는 반 쪽 자리 이불이 있었는데 퇴원하는 날에 갑자기 반쪽자리 이불을 최대한 펼치며 "이병원은 이불이 원래 이렇게 작아요?"라고 물으셨다. 그걸 본 나는 순간 저 작은 이불을 이제야 말씀하신 건가 싶으면서 너무 송구스럽다해야하나..
간간이 보호자가 쓰거나 하는 이불이었는데 ㅎㅎㅎ
그 커다란 몸으로 저 작은 이불을 애써 펼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혼자서 숨어 웃었던 기억..
참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병원이란 환경 속에서도 소소하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