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규 간호사때 못하겠다고 울던 저에게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나중에 너가 시간이 지나 5~6년차가 되면 너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잘하는 간호사가 될 거라는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병아리시절
벌써 5년차 간호사가 되면서 계속해서 들어오는 신규 간호사를 보면 나의 병아리 시절이 자주 생각난다.
그 때는(라떼는...)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얼마 안되는 간호사 수로 8인실과 2인실 4인실을 커버치며 50명이 넘는 환자를 간호사 4~5명이서 봐야했다.
앞 20명 뒤 30명을 각자 오더를 받는 사람, 액팅을 뛰는 사람 4명이서 일을하고 겨우 들어온 신규는 사이드로 피를 타오거나 환자 이송, 약국 다녀오기, 바이탈체크(혈압,혈당),신환받기, 그외 잡무를 모든 일을 능수능란하게 잘해야했다.
과연 나는 잘했을까...?
그 때 선배 간호사에게 들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너무 어렸어.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한 아이들에게 이 일은 많이 고된일이야" 라는 말이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말인데
왜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이 기억에 남을까
아마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말이었을까.. ?
처음 들어온 신규 간호사는 아무것도 몰랐고 학생간호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매일 공부를해도 한달만에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었고
간혹 실수를 하면 죽을듯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책하며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갔었다
처음 들어온 간호사라고 하는 일은 환자 시트갈아주기, 기저귀치우기, 라인실패해서 선배간호사에게 부탁하기... 어떤 약인지도 모르는데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할거며 난생 처음보는 검사인데 어떻게 시술준비를 할거며 처음 만져보는 전산시스템인데 퇴원약정리는 어떻게 하는거며
수혈은 어떻게 넣는거며
항암주사는 어떻게 주는 거며 동의서를 넣는 것이나 주사부위 관찰하는것이나 다 처음인 것들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변화했을 때 나는 노티를 어떻게 하며 어떨때 노티를 해야하는지 무엇을 봐야하는지 잘 모르는 신규간호사
그때는 프리셉터 프리셉티가 따로 없어 한 선생님한테 배우고 다음날은 다른선생님이 가르쳐줬는데 또 방법이 다르고 결국은 내가 알아서 배워야했던..
그렇게 사이드잡(처음 들어오는 간호사가 하는일,제일 밑에 연차가 하는 일이라고 보면된다.)을 벗어나면
또 액팅(30명보는팀의 주사를 다주고 환자를 다 봐야한다)을 뛰어야하는데 보호자뷴이 컴플레인 하러 위에쌤한테 가면 나에게 뭐라고 하니까 보호자에게 "저에게 불편한 점 있으면 얘기하세요~"라고 외쳐대고 30명의 수액중 50개가 넘는 카트를 질질끌고 다 달러가고 주사부위 부어있는 것 바꾸고 수액세트 바꾸고 시간지난 것 바꾸고 한세월...
거기에 9Am 항생제, 치료제 달다가 영양제가 10시에 올라오면 영양제도 한다발로 달고
그러다가 항암제가 처방나서 달아놓은 것이나 달아놓으면 또 제시간에 떼느라 바쁘고
그러다가 검사하러 가실 분 옷 갈아입히고 또 검사용 주사 또 꽂고
그러다가 혈당잴시간되면 혈당재고 인슐린주고
그리고는 또 3시에 항생제 줄 것 챙기고
.....끝이 아니다
추가로 열나는 사람 해열제주고 약주고 아프면 진통제주고
아...
환자분 매일매일 드리는 먹는 약도 30명치를 다 확인하고 챙겨놓고 점심약도 줘야한다 !(아침약은 아까줬어야하고)
그러다가 상태가 안좋아 소변줄을 꽂거나 산소를 쓰는 환자있으면 또 바쁘게 소변줄 꽂고 산소씌우고
거기에 중요한 약물은 아이박 기계달아서 주고
가슴이 아프다하면 노티하고 심전도도 찍어야하고 인턴샘 피검사 부르고
아 그날 피검사상 전해질 불균형이 있으면 또 챙겨주고
헤모글로빈수치가 낮으면 빨간피 혈소판수치가 낮으면 노란피 ^-^..
아...맞다 밥!?.. 그런거 먹을 시간에 수혈하려면 새로운 주사 꽂아야되는데 제가 밥먹으면 그런 일은 누가해요
당연히 못먹고 일하는건 당연한 일
적다보니 한다발인데 이걸 다 읽은 사람 있을까
그런 일을 하다하다 이제는 내가 신규간호사를 보는 입장으로서 참 어렸구나
대학을 갓 졸업하고 넘나드는 환자, 보호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내 몸이 남아나질 않게 돌아다녀도 부족했을테구나..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싶지만 내 앞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겠구나
물론 그 때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들어주고 손 잡아주고 여유가 있는 간호사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때당시에는 그랬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견딜 수 있었던 건 그 때 당시 선후배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고 힘들고 지친 나에게 '힘들죠..?고생많았어요'라고 눈으로 말씀으로 해주시는 보호자와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찌보면 그렇게 남을 도울 수 있으며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참 감사한 일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