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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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담아보고 싶었다.
나름대로 웅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수록 엄마를 담는 음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게 되니까.
값을 매길 수 없다, 그 음식의 정성과 귀함은 그렇다.
덤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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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여러 이유로 엄마의 정성을 담은 음식은 희소해졌다.
엄마들의 노동력에 값이 처지지 않았던 시기를 반증하듯, 올라가는 임금에 사라지는 백반집.
가성비로 후려쳐지는 수없이 많은 적당히 구색이 맞춰진 반찬들.
한때 동네에서 한 손맛 하시던 어머니들의 밥집은 사라지고, 사라지고.
현실이 그렇다. 담을 수 없고, 담을 능력도 안되지만, 담을 현실이 안된다.
노동비용과 원재료비용은 익숙한 듯, 항상 우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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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대도,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 멀리서도 느껴지는 그 헌신에 대한 경이로움.
누군가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주저앉고 싶어도 버텨낼 수 있었던 기다림.
모두에게 힘들 때도 내 밥 한 끼는 항상 챙겨주고 싶어 했던 우리 엄마가 간절히 바라던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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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일하던 우리 엄마 손엔 항상 본드가 붙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제일 잘했다던 우리 엄마 손엔 항상 본드가 남아있었다.
모른척했다.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으니까.
일을 시작하고,
해외에 나가 함께 할 시간이 적었으나
한국에 있을 때면
항상 밤에 퇴근하던 나를 위해 챙겨놓은 밥상과,
혼자 앉혀 놓고 밥 먹게 할 수 없다며 상 앞에 앉아 졸고 있던 우리 엄마.
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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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엄마를 담아보고 싶었다.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테이블도 두고, 누군가의 자식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하고 싶었다.
엄마라면 내 친구들도 가리지 않고 제일 좋은 재료로 음식을 해줄 것 같아서,
그런 음식점을 하고 싶었다.
엄마라면 내게 주지 않을 음식은 내놓지 않고,
그래도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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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담아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저렴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이 참 어렵다.
그래서 고생을 많이 한다.
온 동네 좋은 것들을 모아보니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남겨놓고 싶다.
엄마들의 사랑을,
담아내고 싶다.
그래서일까,
요샌 깊픈에 엄마랑 함께 밥 먹으러 오는 딸들이 자주 보인다.
누군가는 혹시라도 알아챘을까.
내가 이 음식점을 차린 목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