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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깊픈(Gippen)

#6. 그러고 보니

by 장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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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픈에 중요한 키워드 중 한 가지, 그러고 보니.


익숙하기에 지나고서야 특별한에도 담겨있듯, 세상에 존재하는 "그러고 보니" 들은

잊었던 가치나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의미가 있다.


기획자로서

안암이 사람들 품속에서 남아있길 원하는 방식은 나와 닮은 이들의 어떤 소중한 날의 추억이고,

깊픈이 원하는 방식은 나와 닮은 누군가의 지난 시절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향수이다.


그래서 안암은 인생의 "면"에 자리하는 이야기이고, 깊픈은 "선"에 자리하는 이야기다.

또 안암은 특정 시간의 기억이 되고, 깊픈은 누군가의 삶의 어떤 기억을 건드리는 자극이다.


안암의 슬로건인 "익숙하지만 특별한"에서 특별함에 방점이 있었다면,

깊픈은 "익숙하기에, 지나고서야 특별한"의 그 시간선에 방점이 있다.


익숙하기에 가치를 모르는 것들은, 특별함을 상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비슷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치를 느끼게 되거나,

흐름의 일부가 기억 간의 어떤 선을 건드려 향수를 자극하면서 "그러고 보니"가 된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음식 먹는 거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엄마 보러 간 지 좀 되었네.


수많은 그러고보니들이 상기시킬 특별한 가치들은

접속부사 정도의 가치를 벗어난다.

나는 잊었던 가치들을 상기하는 세상을 기대한다.


토스트 한 가치에 반짝거리고 끝나는 것들,

금방이고 잊혀 버리는 게 당연해서

트렌디한 콘텐츠로만 가득 찬 음식점들,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들이 남긴 글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수많은 삶의 흔적들.


나는 그것보단 엄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음식점이 좋고,

그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가진 시간의 선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하나 툭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기억을 먹고 사니까.

음식엔 분명 그 힘이 있다.

밥상머리, 그 끝에 담은 음식들은 그 음식을 먹는 이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사랑이자, 간절함이다.

무엇이 좋은 음식일까.

그것은 릴스에 등장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의 부모를 기억으로부터 끄집어내는

그 부모와 함께 먹고 싶어지는 그런 음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그러고보니들을 응원한다.

그건 본인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잊었던 기억이 아니라,

그저 현재를 집중했기 때문에 놔뒀을 뿐이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내겐 중요했던

익숙하기에, 지나고서야 특별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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