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 민달팽이 분투기를 읽고

by 운주


불안은 더 이상 손해 보기 싫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부동산 투기를 "투자'라고 얘기하는 세상에 질려버린, 불안한 사람들에게 먼저 쥐어주고 싶다. 사기꾼과 투기꾼을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다. 다만 더 이상 집 없는, 청년이나 세입자들이 '부동산 투자' 아래 쉬이 쓸려가지 않도록 얘기를 나누고 도움을 청하고 기꺼이 서로를 도와주는 건 할 수 있다. 세상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침투하려는 어떤 결핍과 불안에서부터 더 휘말리지 말고 스스로를 지키도록 함께 알고 계속해서 얘기하자고.


청년들을 포함한 경제 활동원을 세입자가 아닌 미래 주택 구매자로 보며 세입자 보호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던 법의 뒤통수를 때리듯 2025년 기준으로 무주택 가구수는 1천만 명에 도달했으며, 2023년 극성이던 전세사기로 인해 월세 임차 계약건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올해는 전년 대비 25% 정도 증가했다. 우리는 왜 이런 선택들을 하게 된 걸까? 괜히 이런 선택을 하게 되고 사기를 당할 뻔한 걸까?


지난 3년 동안 전세사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만 지인 및 친구들만 3명이었다. 이 책에서는 왜 전세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깡통주택'과 "갭투기"를 통한 다양한 사례들로 알려준다. 왜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었는지, 지키지 못해 생긴 억울함과 피해는 곧 나 자신을 향해 가눌 수밖에 없는지. "부동산 시장은 원래 다 그런 건데 왜 이렇게 경우 없이 구냐. 너희 부모님한테 연락하겠다" 등과 같은 집주인과의 대화를 생생히 싣기도 하고, 부동산 업체 내의 관행,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도 상세히 얘기한다. 더 나아가 여기에 최소한으로 대항하기 위해, 즉 세입자의 기본 권리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떻게 계약서를 쓰거나 거래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럼에도 법적인 장치들이 미비해 여전히 구멍이 많은 현실을 활동가의 시선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 구멍 속에서 헤매었을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심정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렸을 적 나는 2년에 한 번꼴로 잦은 이사를 엄마와 함께 다녔었고, 그 사이동안 엄마는 내가 말을 조금이라도 안 듣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 집에서 나가"란 상습적인 말로 나에게 여러 불안을 표출했었다. 나이가 드니 그때 엄마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리게 되며 내 상처도 함께 치유하기 시작했지만 한번 난 흉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 때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치 저주처럼 번져나간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인정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혼자서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법적인 권리가 보장되지않고 사회적으로 공감받기 어려워 입을 떼기 어려워하는 당사자에게 자신의 피해를 직접 입증하고 발화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때론 폭력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다양한 일과 사건들을 외면하지 않고 얘기해야 하는 이유, 보다 나은 법적 장치와 정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이나 도시에서 전세사기가 판을 치는 것을 보며 누군가는 또 이렇게 얘기한다. 지나치게 도시나 수도권에 집착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농촌 마을이라고 해서 이런 어려움이 없을까? 구례에서 집을 보러 다닐 때 조심조심 발품을 팔았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 특히 이장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땅에서 오래 산 만큼의 공동체성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입자라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과연 도시만의 문제일까 싶다. 책에서는 귀농, 귀촌인의 고군분투, 재개발 얘기도 짧게 언급하며 집을 소유로만 바라보며 생겨난 우리의 관념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 글쓴이 지수 활동가는 집을 '부동산' 상품이 아닌 인권의 측면에서 끊임없이 상상한다. 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을 소개하기도 하며, 현재 성소수자들이 집과 관련해 겪는 다양한 일들(상속 문제, 트랜스젠더의 현실과 문서상의 성별불일치로 계약이 거부되는 일)을 얘기해 주며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성소수자 주거 지원 매뉴얼'에 대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상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크기에 스스로를 위해 알고 있어야 할 '민달팽이를 구하는 14가지 질문'이란 부록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당신은 이번 생에서 민달팽이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만약 민달팽이라면 어떤 생존 전략을 가지고 싶은가? '안전한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하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가? '집은 인권'이니 현실을 좀 더 알자는 목소리를 듣고 싶은가? 사람마다 욕구도, 서사도 다르기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반갑게 신청하고 읽은 다음 작성하는 것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멋진 부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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