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천사를 의뢰받았다. “제가요?” 아이고 못해요!” 난생처음 책 뒤에 실릴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전문가의 책에, 잘 팔려야 하는 책에 내 글을 실을 수는 없었다.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바득바득 우겼지만 상대는 고래심줄이었다. 며칠 밤을 새워서 짧은 추천사를 썼다. 예쁘게 고쳐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대로 싣는단다.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쩌나.
책이 나왔다. 작가의 사인과 편집자의 메시지가 동봉된 책을 받았다. 책을 펼치니 정말로 내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신기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들에게 학교도서관에 그 책이 들어왔는지 매일 물었다. 엄마 이름을 찾아보라는 숙제도 내주었다. “나도 승진 축하 선물로 강연을 해주고 싶어요!” 책이 나오기도 전에, 동네 사람들은 강의로 먼저 만난, 나의 첫 추천사가 실린 책 <아홉 살 독서수업>
<2>
‘훌륭한 엄마를 두셨군요.’ 밤 10시, 오늘도 야근이다. 사람들 표정을 보니 피로가 가신다. 저녁 강의를 열정적으로 끝낸 작가의 책에 사인을 받았다. 딸들이 크면 읽을 수 있게 사인해 주세요!라고 부탁한 내 말에 센스 있는 문장을 적어주었다. 코끝이 시큰했다.
엄마 언제 와? 오늘도 야근해? 를 달고 사는 딸들에게 줄 선물 하나를 추가했다. 딸들이 커서 읽을 책들에 미리 사인을 받아 놓는 것이 사서 엄마가 준비한 선물이다. 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쪼개 쓴 시간들이 책 한 권 한 권에 들어있다. 그날 일하는 엄마의 희로애락을 아는 듯 맘에 쏙 드는 사인이 담긴 책은 <다윈의 식탁>
<3>
“왜 왔소!” 못마땅함이 가득한 얼굴을 보니 입이 바짝 말랐다. “도서관 좀 도와주세요.” 도서관정책팀에서 의욕만 앞서 설레발을 친 덕에 사면초가였던 나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도움이 절실했다. 동네 작가 한 분을 찾아갔다. 용기 내 건넨 말들이 튕겨져 나왔다. 자리를 뜬 순간에도 냉정했다. 며칠 후에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 잔뜩 긴장하고 약속 장소로 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명 저자들이 커다란 보름달 같은 원탁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가 내 소개를 해주었다.
그날이 시작이었다. 툭하면 톡이 왔다. “누구 작가에게 연락해 보시오. 들어줄 터! 책을 읽고 가시오!” 아주 긴 시간 동안 도움을 받았다. 어느 날 “더 이상 줄 연락처가 없다, 고 했다. 나에게 연락처를 묻는 일도 생겼다. 관장 취임 축하 강연 선물 작당 모의한 그의 책 중 한 문장을 열람실 유리문에 레터링으로 써붙였다. ”공부는 나만 잘 사는 세계에서 벗어나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를 꿈꾸게 해 줍니다. “ <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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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장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oo에게 강연을 하라고 했습니다. 괜찮을까요?” 동네 사는 과학관장님이다. 괜찮다마다요.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한 여름에 서늘한 글쓰기를 경험했다. 어느 시인이 전했다. “관장님이 부탁하면 무조건 들어주라고 했어요!” 누군지 짐작이 갔다. “강연 선물이라면, 우리도 빠질 수 없지요” 동네에서 글 쓰며 농사짓는 도시농부 삼총사도 선물을 주셨다. 내로라하는 글쓰기 강사에게 부탁했다. “상이 너무 받고 싶은데 공적조서 좀 봐주세요!” 바쁜 그가 피드백을 해주었고 그 해 우리 동네 도서관은 상을 받았다. 다재다능한 화학자에게는 도서관 전경 그림을 선물 받았다. 우리 집 책장 가장 좋은 자리에는 도서관을 아끼는 동네 작가들의 책이 자리 잡고 있다. 매년 부지런히 읽고 쓰고 서로를 응원하는 그들의 책이 나의 인생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