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 묻어있는 그리운 집
손은 묶인채 침대에 누워있는 젊은 남성은 비위관을 통해 식사를 하고 기관지 튜브를 통해 수시로 석션을 하고 있었다
비위관이 불편했을까 손은 묶여있어도 수시로 빼고 넣고를 반복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버지 생전에 주말이면 요양병원 다니며 마주치던 그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병실에 계시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꽤나 젊으신 측에 속한 그 분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아이 같았다
아버지가 계시는 햇수만큼 그 분도 함께 계셨다
어느 날 불편해 하는 비위관이 빠지고 입으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스스로 먹을 수는 없었지만 비위관이 빠졌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
씹으며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오랜만이었을 것 같다
간호사 분들도 가족처럼 그 분에게 질문을 하신다
다 낳으면 뭐 하고 싶으세요?
"바다 가고 싶어" 짧은 대답에서 어딘지 모르게 찡해졌다 거동도 못하고 손이 묶인채 누워만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느 날 비어있는 그 분의 침대
생사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바다 가고 싶다는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어디에선가 바닷가를 거닐고 있지 않을까
열반에 드신 부모님 소원은 무엇 이었을까?
짧은시간 거주 하셨던 두분의 흔적이 있는 아득한 집에 가고 싶어하신 것이 아닐까
떠나가신 세월은 멈추지 않고 지나가듯 문득 그 분이 생각나며 부모님도 같은 소원이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병원에서 함께 하시는 꿈에서의 모습처럼 아버지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외롭지 않게 어머니 곁을 지켜주셨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리워 하시던 집에 함께 오시어 옛 추억을 회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열반에드신 부모님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