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한길문고에서 출판기념회를 했어요. 참여작가는 노서희, 신은경, 이숙자, 이안나, 이현웅, 저예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단체 사진을 찍는데 저만 꽃다발이 없지 뭐예요. 초밥이가 서점을 들어가기 전 “엄마 잠깐만”하면서 산 건 붕어빵이었어요. 붕어빵을 들고 찍을 수 없어서 나는 노서희 작가님에게 꽃다발 두 개를 빌렸는데, 나중에 전은덕 작가님이 깜짝 등장해서 장미 꽃다발을 줬어요.
하지만 저는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님이 클래식 연주와 손님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한길문고 직원분들이 행사장을 꾸며줘서 이미 감동받은 상태였어요. 세 번째 출판기념회를 준비한 배지영 작가님에 대한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고, 신영대 국회의원님이 책을 구입하고 출간한 작가님들에게 사인받는 모습 근사했어요.
작년에 <엄마의 원피스>로 출판기념회를 할 때는 쑥스럽기도 했어요. 나는 고생해서 썼지만 남한테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막상 공식적으로 축하받는 행사를 하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졌어요. 행사는 잠깐이었지만 기운은 오래가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참 촌스럽게 살아왔구나. 축하와 응원이 이렇게 고마운 일인데 앞으로 더 많이 주고받으면서 살아야겠다, 결심했어요.
한길문고에서 하는 출판기념회가 올해 세 번째인데요, 저는 첫 번째에는 참여하지 않았어요. 원고는 있었지만, 독립출판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엄마의 원피스>를 독립 출판하니까 나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에 당당해졌어요.
내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다음에는 이런 부분은 빼야지, 이런 건 살려야지, 하면서 다음 책을 구상하게 되었고요. 독립 출판한 책을 사서 읽고 독서의 지평을 넓힌 것도 소득이고요.
행사가 끝나고 초밥이한테 사진 보내달라고 했더니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뭉클했어요. 행사 시작 전, 나는 초조한데 초밥이는 방관자 입장으로 붕어빵을 먹었거든요. 하지만 사진을 보니 행사 내내 저만 보고 있었더라고요.
옷은 사지 않았어요. 염색도 하지 않았고요. 왜냐하면 저는 <돈없이도>이장이니까요.
그리고 저 마누스 출판사와 계약했어요. 글 쓰기 시작한 지 4년 만에요. 대학 졸업장을 받은 것 같고 좋긴 한데 그렇다고 막 들뜨는 기분은 아니에요. 작년에 계약했다면 아마도 펄쩍 뛰면서 당장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기대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잘해야겠다, 좋은 인연이 되도록 잘 써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마누스 출판사에서 나온 연지 작가의 <배우의 목소리>, 이경 작가의 <작가의 목소리>, 지민채 작가의 <명함도 없이 일합니다>를 읽고 작가마다의 매력이 잘 드러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책을 낸 출판사라면 다른 책과 구분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계약할 때 정가영 대표님이 한 “모를 때는 그냥 모른다고 해도 돼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내 마음을 모두 알 수 없으면서 답을 내려고 할 때가 많았는데, 그 말을 들은 뒤로 글을 쓸 때 힘을 좀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출간 작업을 하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글 쓰는 일은 재능이나 실력으로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꾸준히 오래 하는 것 말고는 지름길이 없는 이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에세이 쓰기 모임 작가들과 배지영 선생님 덕분이에요. 먼 길이라면 누구라도 지쳐서 그만두고 싶은 날이 있을 것 같아요. 손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앞서 걷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길에 꽃다발이 있든지 없든지 말이에요.
노서희 작가의 <엄마, 이게 행복이지!>
이안나 작가의 <모래 한 알은 날갯짓을 멈추었다>
신은경 작가의 <십 대 엄마 사십 대 딸>
이현웅 작가의 <말, 잘하고 계십니까?>
이숙자 작가의 <당신 덜 외롭게 걸어요>
김준정 작가의 <돈없이도>
<돈없이도> 책은 당분간 한길문고(063-463-3109)에서만 구입 가능해요. 전화 주문하시면 제가 사인해서 보내드릴게요. (성함 다 기억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