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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Mar 02. 2023

악플 때문에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계속 써나가는 힘을 장전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

브런치에 내가 올린 <엄마는 서울대 갔어?>에 비난댓글이 달렸다. 신기한 건 한 개가 달리자 릴레이라도 하듯 줄줄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처음 다섯 개 댓글은 재미있다, 공감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다음 27개는 지면에 옮기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브런치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울리면 늘 반가운 마음에 바로 확인하고는 했는데 연이어 악플이 달리자 가슴이 쿵쾅거리고 읽는 게 겁이 났다. 하지만 겁보다 강한 호기심 때문에 보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다 7개까지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다.      


글의 유입경로를 보니 이전에 내가 쓴 글들은 브런치가 압도적이었는데, <엄마는 서울대 갔어?>는 제목 때문인지 SNS가 97.7%였다. 특히 카카오뷰에서 읽은 사람이 많았다. 추측해 보건대 브런치에서 글을 자주 읽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그래서 의견을 넘어서는 악플도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브런치는 글에 대한 평가보다 함께 쓰고 읽으면서 다양한 시도와 자극, 응원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공개한 글에 대해 글쓴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다는 댓글은 비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건강을 위해 이런 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 작가 여러분.)   



  

대략 4가지 대응 방법을 생각해 봤다.      


1. “그렇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답글 달기.

2. 무시하기

3. 반박하는 답글 쓰기

4. 댓글 삭제     


일단 3번 반박하기는 보기에서 지웠다. 반박 글에서 꼬투리를 잡아서 또 댓글이 달릴 것 같아서다. 4번 댓글 삭제도 하지 않았다. 내 글을 이렇게 읽을 수 있구나, 알 수 있는 기회이고 앞으로 계속 글을 쓴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비를 맞는 심정으로 두기로 했다. 쉽지 않겠지만 부정적 반응에 민감하지 않은 것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어느 시점에 여기까지다 싶을 때 차단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댓글을 달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글쓴이가 차단할 자유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시점은 내가 결정하면 된다.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이제 1번과 2번이 남았다. 1번은 댓글을 다 읽지도 못하는 쫄보로서 불가능하고, 2번 무시하기도 나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다.      


답이 없다.     




일요일에 등산하면서 산우이자 나처럼 글을 쓰고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는 석산고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석산고님 모임에서는 각자 쓴 글에 대해 좋은 점은 물론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합평을 한다고 했다. 내가 그러면 글 쓸 때 위축되지 않냐고 했더니 석산고님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은 것을 오염이라고 한다면 정화가 필요해요. 우리 모임에서는 정화하는 방법으로 각자 읽은 책에서 좋았던 문장을 돌아가며 읽는 시간을 가져요.”     


그 말을 듣고 나니 글을 쓰면서 상처받는 일(오염)을 피할 수 없다면, 정화하는, 즉 극복하는 방법을 강구해 나가는 게 건강한 글쓰기를 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가 걸리고 난 다음에 면역이 생기듯, 다음번에는 그 정도는 이겨낼 단단함이 생기지 않을까.     


나의 글쓰기 선생님인 배지영 작가는 회원들이 써온 글에서 밑줄 그을만한 문장, 좋은 점을 말하고 보완할 점은 살짝만 언급했다. 선생님이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어가니까 회원들도 흥미로운 점을 언급했고 분위기가 점차 따뜻해졌다. 나도 다른 사람의 글에서 기발하거나 독특한 점이 보였고, 글을 탁월하게 해주는 지점을 하나씩 알아갔다. 시간이 갈수록 질투보다 발견하는 재미와 그걸 찾아내는 나의 안목을 인정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지적하지 않아도 자기가 쓴 글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은 자신이기 때문에 결국 알게 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개선할 점을 다 듣는다 해도 숙제만 잔뜩 받은 기분 때문에 다음 글을 쓰는 게 힘겨워서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원고 청탁을 받지 않은 글을 쓰는데 이런 턱은 꽤나 높기 때문에 어떻게든 계속 써나가는 힘을 장전하는 방법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정화방법은 선플을 다는 거다. 나는 브런치에서 읽은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작가의 힘겨움을 알기 때문이다. 독특한 작가의 시선이 돋보이는 글에는 글쓰기 수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감하는 댓글을 쓴다. 더 알고 싶은 작가는 구독하고, 글 중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나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그런 뜻의 댓글을 단 적은 한 번도 없다. 짧은 글 한편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슬리는 부분은 나의 글쓰기로 가지고 온다.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 무엇인지 뒤져보면 오랜 시간 먼지 쌓인 채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불편한 글을 쓴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다시금 깨닫는다. 아, 나 때문이구나, 글쓴이와 아무 관계가 없구나, 하고.                  

       

문우들의 책 2022


*오마이뉴스 기사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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