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희망을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했어!!
한강작가보다 재능 있는 도롱이(초밥 별명)도 노벨상 욕심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말란 법 없다고 나는 믿어(이건 비밀인데 나도 어쩌면 언젠가...)
중요한 건 꿈을 갖고 있느냐지 크크
한강 작가가 수학 몇 등급이었을 것 같아? 그에게 수학 등급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너도 그래.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도롱 사랑해.
초밥이한테 이런 낯간지러운 톡을 보낸 이유는 낮에 한 전화통화 때문이었다.
나: 내일 드디어 중간고사 끝나는 날이네?
초밥: 중간에 휴일 있는 거 싫어. 길어지니까 지쳐.
나: 그러게. 3일이 딱 맞는데. 휴일 끼면 그때 해야지 하고 미루게 돼서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아닌데. 내일 뭐 보는데?
초밥: 수학. 지금 학원이야. 셤 끝나고 바로 와서 잠도 못 잤어. 죽을 거 같아.
나: 헐. 내가 지금 구출하러 갈까?
초밥: 안돼. 내일 한국사도 봐서 나 오늘 잠 못 자.
나: 잠을 한숨도 안 자고 수학셤을 본다고?
초밥: 나한테 수학은 잠을 자든 안자든 똑같아.
나: 아... 그렇구나.
밤에 한강작가의 소식을 들으니까 밥 대신 커피와 박카스를 먹으며 공부를 하고 있을 초밥이가 생각났다. 한국어로 쓰인 소설이 전 세계인의 마음에 깊이 가닿았다면, 나다운 글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오늘만큼은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초밥이한테 했던 “중요한 건 꿈을 갖고 있느냐지”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 나온 대사다.
아빠는 되고 싶은 사람 됐어?
아직 되지 못했어. 하지만 되고 못 되고는 문제가 아냐.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지.
꿈만 품고 사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사랑하지만 미덥지 않아 하는 아들의 대화다. 영화에는 담백하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아들 료타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난 평생 누군가를 바다보다 더 깊이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없을 거야. 보통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날마다 즐겁게.
그럼, 그런 적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이렇게 하루하루를.
어떤 꿈은 지난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게도 하는 걸까. 그렇지만 꿈을 가지는 건 부질없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았다. 나에게는 '꿈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꿈을 이루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료타가 힘들게 사는 이유는 '꿈이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때문이 아닐까. 지금 여기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데 다른 데서 행복을 찾기 때문에 힘든 걸까하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쉽게 단정하고 싶지 않다. 료타의 어머니처럼 료타를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싶다. 괴로워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무언가를 품고 사는 료타의 모습이 애틋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소중한 마음을 품고 사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가 특별하고 소중하니까.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여기에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중요한 건 어떤 꿈이냐 하는 거지'라고.
상을 받고 싶다 같은 것 말고 사람의 마음을 가닿는 조용하고 울림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가장 나다운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