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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May 14. 2024

떡볶이 비화

나를 포기하고 싶은 날에는 떡볶이를 먹었다

애증의 떡볶이


기분이 안 좋으면 한 손에는 여지없이 떡볶이를 포장한 비닐이 들려있다. 무의식에 깊이 박힌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그저 떡볶이가 내 손에 들려있다. 떡볶이를 먹고 나면 괜찮아질 것만 같다. 그런 인식도 사실은 없다. 그저 먹어야 할 것만 같은 본능이 남아있나 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강렬한 책제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처럼

떡볶이가 가진 어떤 에너지가 있는 듯도 하다.


오늘도 내 손에는 떡볶이가 들려 있다. 진이 빠지거나 힘이 든 날은 그냥 지나쳐지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질리기도 한다. 이놈의 떡볶이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달에는 떡볶이 양념을 묻힌 삶은 달걀을 먹었다. 소스가 문제라고들 하지만. 최근에는 가리지 않았다. 떡이든 달걀이든 내 입에게 맞춰 줬다.

내 뱃살의 지분 8할은 떡볶이일 것이다. 


이따위로 찍은 오늘 먹은 떡볶이 


떡볶이를 먹어서 다 해결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떡볶이가 가득 들어있는 배를 아이들이 말랑하다며 올라탄다. 심술배가 올라왔으니 조심하라고 일러둔다. 


이상하다

떡볶이를 먹고 나니 다시 움직이게 된다.

오묘한 타협을 한다. 




떡볶이의 추억


초등학교 시절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명문학원 뒷골목 영주와 먹었던 떡볶이는 생각난다. 

고등학생 때는 떡볶이를 먹으려고 교실 창문을 넘었다. 반장이 그래야 되겠냐며 선생님한테 맞았다. 

테니스라켓으로. 

그래서 그다음에는 앞문으로 나갔다. 마치 심부름을 가는 것처럼. 

대학 근처에는 늘 떡볶이 맛집이 있었다. 새로 생긴 곳은 꼭 들렀다.

지금 사는 이 낯선 동네로 이사 왔을 때 가장 처음 먹은 음식도 떡볶이였다. 낯선 동네에서 친근한 음식을 찾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새로운 대학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운명처럼 외국 학생들은 이곳에 맛집이 있단다. 

바로 떡볶이였다.


너 대체 뭐니?

나랑 무슨 운명의 끈이라니.


질긴데

그 질긴데 질겨줘서 

고맙다


나도 그렇게 질기게 버티고 살아야 함을 

질긴 떡볶이와의 인연으로 

버틴다. 




오늘의 인증


일정: 수업 끝나자마자 퇴근, 라테 한 잔 마시고 아이 안과, 저녁. 강연 듣고 나니 지금이다. 

소감: 하루가 이렇게 가볍게 끝이 났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욕심이 컸나. 지키지 못한 일정이 툭툭 튀어나온다. 

예상외로 안과에서의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는 결국 안경을 써야 한단다.  

눈이 약하게 태어났어도 내 탓인 것만 같은 죄책감. 

아이의 눈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인지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이는 또 내 눈치를 본다. 

배가 불렀지만 그런 아이의 눈치를 모른 체하며 떡볶이를 또 한 입 욱여넣었다.    

아침: 학교 학생식당-제육 / 점심 사무실에 있던 믹스커피와 와플 과자 / 저녁 김떡튀 

운동: X

반성: 물 섭취 부족, 물 대신 커피를 많이 마심, 굉장히.. 불량한 식단과 운동   



#백일백장 #건강일지 #기록 #책강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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