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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May 19. 2024

40대에 생각하는 자아

네가 만든 내가 아닌 내가 만든 나

반장감


짧고 단정한 머리. 뿔테 안경. 키는 170.

빼빼로데이가 되면 여자 후배들한테 빼빼로를 받았다.

빼빼로를 받은 채로 얼음이 되거나 다시 돌려주고 도망간 적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되게 자상한 남자  이미지였나 보다. 참고로 내가 다닌 학교는 여고였다.


고1. 낯선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좀 놀 것 같은 아이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낯설고 무서운 마음에 자리에 앉으니 한 아이가 나를 보더니 툭 이야기를 던진다.

'야 너 얼굴에 반장이라고 쓰여 있어'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 이후로 난 반장이 되었다. 반장이 아니었으면 더 엇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이럴 때는 운명에 신뢰가 간다고 해야 할까.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쓰니 그 이름에 맞춰 살아야 했다. 나는 그렇게 모범생이 되었다. 소심한 반항도 물론 많았지만.


선생감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서 일을 하면 계약서를 쓰는데 1항이 이랬다.

강사로서 품위를 유지한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대학에서 일을 했다. 자연스레 옷도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

"언니! 언니는 어디 가서 사기 치면 안돼! 다 믿어 언니는 가짜를 입어도 진짜 같아"

이거 칭찬인 건가.

그런 신뢰를 준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또 그 이미지에 맞춰 살고 있다.




그런데 진짜 나는 그렇지를 못하다. 반장의 옷을 벗고 선생의 옷을 벗으면 쪼다 같은 내가 서 있다.

후회와 미련을 엄청나게 짊어진 나

쿨하지 못한 나

그런 내가 감춰진 것만 같아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 다녀온 코칭에서도 또 그런 걸 느꼈다.

내 자존감이 낮은 걸까

나는 왜 자존감이 낮은 걸까?

세상에 못할 일 없다 생각하면서도...


자유롭고 싶은 하루였다.


오늘의 인증


일정: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쉬고 mba 수업을 듣고 집으로. 다이어리를 적으며 다음 주를 미리 살아봤다.   

식단: 아침-엄마밥, 오리고기 /점심 겸 저녁-햄버거, 커피 / 간식-케이크





#백일백장 #일지 #기록 #책강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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