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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글 Jun 26. 2024

자본주의 모녀

딸에게서 어린 나를 만나다 

어린 시절의 나 


엄마는 자주 어린 내 앞에서 

이번 달에 나간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다.

나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엄마 혼잣말에 단지 내가 그 앞에 있었던 건지

그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그 일은 꽤 자주 반복되곤 했다.


엄마의 돈 걱정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고모는 엄마의 돈을 가족이라는 명목 하에 가져갔다.

한동안 엄마는 아팠고 그걸 보는 나도 아팠다.


돈은 늘 엄마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엄마에게 고모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너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신난 얼굴로 오늘 그토록 놀고 싶었던

서하와 놀았다며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엄마 그래서 서하랑 종이 인형 가져와서 내일도 같이 놀기로 했고, 내일모레도 같이 놀기로 했어."

"그러니까 종이 인형을 사야 할 것 같은데 좀 보여주면 안 돼?"

아이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내 휴대폰을 가리킨다.

쿠팡을 보고 싶은 거다.

마성의 쿠팡


한참을 찾아본 아이는

"엄마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장바구니에 세 개 넣어 놨는데 

이것 봐봐 스티커가 60장인데 7900원이래. 원래 8900원인데 7900원이래."


아이는 보물섬에서 진귀한 보물을 내어놓듯이 천 원 쿠폰까지 보여준다. 

"세 개 중에 제일 마음에 들어?"

"세 개 중에 제일 싸."


제일 싸. 

그 말이 마음이 아프다. 

그래 잘 골랐다 하며 넘겼으면 될 일에 꼬리를 붙잡는다. 

"그래서 제일 마음에 드냐고"

"다 마음에 드는 게 이게 제일 싸 엄마"

"근데 서하랑 놀기로 한 종이 인형이 아닌데 이걸로 서하랑 놀 거야?"

아이는 그제야 아차 한다.

"엄마 그냥 스티커는 안 살게."

.....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지금까지 찾아본 거잖아. 가장 마음에 드는 거 골라 넣은 것 중에 하나잖아.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엄마한테 설명을 해 줘야지."


아이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게 울 일이야? 엄마한테 설명을 하면 되잖아."

"우는 게 아니고.. 그런 게 아니고.. 엄마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스티커를 골랐잖아. 마음에 드니까 고른 거 아니야? 그러면 솔직히 말하면 되잖아. 왜 어려운지 알아? 솔직하지 않아서 어려운 거야. 엄마! 나 이 스티커가 마음에 드는데 이건 내가 가지고 놀고 싶은 거고 서하랑 놀 인형은 지금부터 골라 볼게.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잖아!!!"

나도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는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내 탓이다. 


엄마가 미안해


제일 싼 거라며 자랑스럽게 나한테 말하는 아이에게

어린 시절의 내가 보여서였나.

돈 걱정하는 엄마를 보는 게 마음이 아파서 

엄마의 돈 걱정을 같이 사서 하던 내가 내 아이에게 보여서.


내 아이 앞에서 내가 돈 걱정을 했던가. 그랬겠지.

엄마가 미안해. 


너는 여유롭게 키울 수 있는 엄마가 돼 볼게.

내 엄마도 이런 생각으로 날 키웠겠지..


그만 생각하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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