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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글 Jun 27. 2024

거울

나는 나의 팬

타인의 잣대에 맞춰진 거울은 늘 부족한 나를 비췄다. 순진함은 어리석음으로 비치고 어리석음은 무지함이 됐으며, 무지함은 구석으로 아이를 몰아세웠다.

거울을 깰 줄 모르는 아이는 거울 대신 저를 깨뜨리고 또 깨뜨렸다. 그렇게 깨진 조각은 아이를 찌르고 또 찌르기 일쑤였다.


‘거울을 깨야지 이 바보야. 너 말고.’ 거울 속 아이가 기다림에 지친 듯 말한다. 그제야 아이는 거울 속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살아가는 일에, 아니 살아내는 일 한가운데에서 종종 그렇게 나를 놓칠 때가 있다. 누군가 만든 기준에 끼워 맞추면 어디서도 자유롭지 못한 내가 서 있다.


나는 나에게 속삭인다. 거울을 깨라고. 거울을 깨라고. 나는 언제나 내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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