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루지 마세요.

by 유플리트

동네에 떡볶이 집이 오픈했다.

1인분에 천 원, 어릴 때 학교 앞에서 먹던 맛이라는 입소문이 동네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간간히 주인장이 손이 느려 답답하다는 소문도 섞여왔지만 그래도 감수할만하다는 반응이다.

오픈발이 지나고, 더 이상 줄 선 사람이 없을 때가 되어서야 떡볶이 집을 방문했다.

포장 주문 후 기다리는데 듣던 대로 느리다.

주방살림 깨나 한다는 엄마들이 보기엔 동선이나 순서가 효율적이지 않다.

동작도 느릿느릿하다.

도구도 시원찮다.

‘아, 일머리가 없구나!’가 단번에 느껴진다.


그런데 묘하다.

말수 적고 뚱한 표정의 아저씨가 이상하게도 답답하지 않다.

왜 일머리 없는 이 아저씨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오픈 주방 선반에 붙여놓은 A4용지 안내문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A4용지에는 까만 매직으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눌루지 마세요.”

메모를 보고 난 아저씨에게 내 멋대로 호감을 느껴버렸다.


10미터 밖까지 사람들이 줄을 섰을 때 이 아저씨가 어떻게 일했을지 눈에 선하다.

느릿느릿 본인 패턴대로 손님에게 눈 한 번 맞추지 않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을 것 같다.

벌겋게 익은 얼굴로 식은땀 훔치며 허둥지둥 일했을 리가 없다.

아저씨에겐 그만의 세상이 있다.

아침에 식당 문을 열어 재료를 준비하고, 분식을 만들어 내놓고, 손님이 오면 주문받아 내놓는 일.

2시간의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재정비 후 다시 오전 일을 반복하는 것.

아저씨의 초점은 손님이 아닌 떡볶이에 있다.

만들고 내놓고 만들고 내놓고.

단순한 노동에 대한 그의 성실함에 반했다.

그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건 ‘선반을 눌루지 마세요.’ 하나다.

그의 인생을 논할 권리가 없지만 캐릭터에 대한 상상은 절로 펼쳐진다.

어떤 어린이였을지, 어떤 경험을 했을지, 어떤 하루를 보낼지 등 내 맘대로 서사를 완성했다.

그리고 떡볶이 장사를 그토록 단순하고도 성실하게 해내는 모습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하고 말았다.



“스웨덴은 청소부와 의사의 연봉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노동자와 전문직의 월급 차이는 100만 원이라고 한다.”

이런 기사에 마음이 간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2년간 근무하다가 돌연 도배사가 되었다는 20대 청년이 ‘머리를 쓰는 일은 우대받고 몸을 쓰는 일은 그렇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젊었을 때부터 몸을 쓰면 더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젊은 사람이 왜 머리 쓸 생각은 안 하고 벌써부터 몸을 쓰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몸을 쓰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의 저서에서 밝혔다.”

이런 청년과 도배라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


“그렇게 앞치말 매. 출근해 고깃집. 혼났지 많이. 난 왜 이리 또 서툰지. 손님인 아줌마의 말이 날 울렸지, wait. 공부를 못하면 저렇게 산다고. 저런 애 부모는 안 봐도 안다고. 난 이를 꽉 물어. 꼭 두고 보라고. 이민혁 꿈 이뤄서 돌아온다고 말했지.”

아이가 흥얼거리는 가사를 듣다가 그 아줌마 말에 화가 난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능과 학력과 돈으로 매길 때 화가 나고 그렇지 않을 때 숨통이 트인다.

오롯이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움직임, 그런 움직임이 있는 몰입의 순간은 가치 있고 귀하다.

떡볶이를 만들든 기획서를 만들든, 도배를 하든 컨설팅을 하든.


책상에 앉아 칠판을 보고 공부한 게 16년이고 모니터를 보며 일한 게 또 그만큼이다.

큰 의문 없이 평범한 길을 걸어온 셈인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일이 있고, 직업이 있고, 삶이 있다.

오랫동안 사무직으로 일해서 그런지 머리 쓰는 일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해서 간간히 단순노동을 꿈꾸기도 했다. (단순노동으로 몸이 지친 사람은 반대로 생각할 수 있겠다.)

나이가 엄청 들고 나서야 몸을 움직이는 수고가 주는 유익을 깨우치게 된다.

비약이 심해질 대로 심해지면 ‘원시인의 삶이 가장 의미 있다’는 생각까지 간다.

하루 먹고살 만큼 노동하는 삶.

그땐 참 단순하고 보람찼을 텐데 지금은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


하루에 하나, 한 번에 하나.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단순한 일을 하거나 단순한 가치를 가지는 삶에 자꾸 관심이 간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까지 덩달아 어수선해질 때는 하나씩 하나씩, 일단 이거 먼저, 몰입할 것을 찾아봐야겠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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