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지막 기도는 언제나 베개가 들었다. 가장 편안하고 가장 솔직할 때의 나를 만나는 건 베개다. 잠들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그 많은 생각들이 베개라는 우주에 묻혀있을 것 같다. 오늘 비로소 나는 내 베개를 인식했고, 내 베개는 이제야 자길 알아챘냐며 반긴다. 오늘 밤,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되어 기쁘다.’
10년 전 오늘의 글이라며 페이스북 알림에 떴다. ‘참, 사람이 변하지 않네. 그 때나 지금이나 시답잖은 말들을 많이 하는 사람이네, 내가.’ 멋쩍어하다가 댓글을 보고 빵 터졌다. 다양한 시선과 글솜씨가 멋지다는 댓글 밑에 ‘제 베개는 목욕 좀 시켜달라고 매일 우네요.’ 달렸는데, 왜 빵 터졌는고 하니, MBTI가 떠올라서였다. N과 S의 차이에 대한 짤들을 보며 킥킥대던 차라 본문은 N답게, 댓글은 S답게 느껴졌다. (과몰입이 이렇게 무섭다.)
상대에 따라 나는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시답잖은 사람이 되기도 했다. 전자는 나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 후자는 나를 적대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마다 정보와 감정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MBTI를 통해) 알게 된 지금은 그저 다를 뿐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떠도는 ‘S와 N의 차이’ 짤들을 보며 신기해하며 즐기고 있다.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게 대체 뭔지 모르겠는 필자로선 N에 대한 S의, S에 대한 N의 반응이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이 차이를 몰랐으면 ‘쓸데없는 소리를 참 정성껏 한다.’란 말에 자존감이 후드득 잘려나갔을 거다. 지금은 ‘내가 성가실 수도 있지. 내 얘기가 통하는 다른 사람한테 가보자.’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암~
MBTI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서두가 길어졌다.
당신은 요즘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가장 몰두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인 요즘,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참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필자는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 쉽게 우울해지고 처지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덜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다. 세상이 언 것 같은 날씨에도 둑길에서 맨발 걷기 하는 친구, 자신이 본 책 얘기를 신나게 해주는 친구, 집에서 뭐 하냐며 산책이나 하자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부르면 나가고, 그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읽다 보니 덩달아 의욕이 샘솟는다.
필자가 아는 친구 중에 제일 긍정적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는 시누이 부부가 사고 친 걸 수습하느라 억대의 빚을 대신 갚는 중이다. 분통 터질 만도 한데 어쩌겠냐며 감당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부부금실이 그렇게 좋다. 서로의 가정을 살뜰히 챙기며 사이좋게 지내는데, 아내가 잘하니 남편이 잘하고, 남편이 잘하니 아내가 더 잘하는 전형적인 선순환을 본다. 외동을 키우는 맞벌이로서 부족하지 않게 버는대도 여기저기 퍼주며 ‘난 맨날 돈이 없어.’ 소리가 입에 밴 여자다. 그 자조적인 투덜거림조차 사랑스러운 여자다. 양가 부모님을 책임지고, 줄지 않는 빚을 성실히 갚아내며, 그럼에도 여기저기 치킨 쿠폰을 뿌리며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아끼지 않는 친구를 보며 필자도 조금씩 흉내 내 보기도 한다. 준 것도 없이 바라는 것만 많다며 시댁욕을 하는 친구보다 이 친구와 대화하는 게 즐겁다.
이 친구가 필자에게 잘하는 말이 있다. “이게 뭔 똥 싸는 소리여~” 그녀는 S형 인간이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까르르 웃게 된다. ESFP 그녀와 INTJ 필자는 모든 것이 반대임에도 아기 때부터 알던 사이라 그런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비난의 소스로 삼아 최선을 다해 깐족거리며 우정을 나눈다. 내가 또 실수한 것 같다며 그녀에게 고민 상담하면 그녀는 나의 T스러움을 짚어주며 F스런 정답을 내놓고 사람 좀 되라며 다그친다. 그러면서도 T스런 내가 좋다며 정답을 찾아 내게 전화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MBTI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너무나 다름에도 그녀의 낙천성과 나의 논리 정연함이 서로에게 한없는 생기와 위로의 이불이 되어 서로의 일상을 포근히 덮어주고 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정말 그렇다. 기왕이면 긍정적인 사람과 어울려 나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불평불만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인생까지 좀먹는다. 하루 종일 투덜거리는 사람과 일해보니 미치겠더라. 단 둘이 나간 파견지에서 그녀의 투덜거림을 듣다가 화장실로 뛰쳐나가 씩씩거리다 온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회사가 달라지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회사가 달라져도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은 특유의 낙천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내 인생이 즐거워지려면 내 주위의 사람을 낙천적인 사람들로 포진시켜야 한다.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아이고 그래떠요오?!” 혀 짧은 소리로 주변을 몽글몽글한 기운으로 물들인다. 인문학적 소양을 성실히 키우는 사람들은 약이 되는 말을 많이 들려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 먹고 운동하라며 무형의 채찍으로 일으켜 세운다.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 술 자체가 목적인 사람과는 이제 그만 헤어지고, 술자리를 빌려 약이 되는 말을 주고받는 사람을 남기시라. 건강한 취미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사람을 가까이하여 좋은 영향을 받으시라.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든 만족스러운 모습을 가진 사람을 흉내 내며 하루하루 발전하시라. 운 좋게도 멋진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의 멋진 점을 쏙쏙 빼내어 닮아가시라. 그렇게 나이스하고 유쾌한 이들의 집합소, 유플리트가 되길 응원한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