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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Jul 28. 2023

나는 삼중인격자입니다.

얼마 전 부산은행 프로젝트 수주 소식으로 본사가 들썩했죠. 비 내리는 금요일 오전, 새로운 깃발을 꽂기 위해 네 분이 KTX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내려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이 들려와 너무 기쁩니다. 

필자는 수주 소식이 너무 좋습니다. 제안 파트에 몸담았기에 프로젝트 수주 성공이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였죠. 제안 PT를 위해 부산에 내려가신단 소식을 듣고, 마침 또 그날이 리본님의 생신이었기에 커피 쿠폰을 쏘며 ‘수주 소식이 생일 선물이길 바랍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PT를 위해 마산에 내려갔던 오래전 어느 날의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2015년 9월의 앨버트님, 윈디님, 제이스님. 여전히 초상권 무시하고 올립니다.>

 

분명히 페이스북에 올렸었는데.. 열심히 뒤적거리다 결국 회사 페이스북에서 찾아냈습니다. 8년 전임에도 저 사진을 찍었을 때의 그 갬성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네요. 당시 이렇게 글을 올렸더군요.


<경남 마산에서 유플리트의 총끼를 내뿜다.>

9월 4일이었던가요? 제안 발표를 위해 유플리트의 대표 사내 셋과 미모는 없는 얼굴 마담 여자 하나가 마산에 내려갔었죠. 자부합니다. 제안 발표와 질의응답 모두 유플리트가 장악했다고요. (부디 컨소시엄 멤버는 여기를 몰라야 할 텐데 말이죠 ㅎㅎ) 새삼 이 사진을 올린 이유가 궁금하시죠? 연달아 이어졌던 8월의 대박 수주가 9월의 아찔한 바쁨을 낳았나니 실주해도 고통이요 수주해도 고통인 임원분들께 바칩니다. 이 날의 파이팅을 기억하여 힘내소서! 힘내시라고 올린 거니 초상권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한 회사의 임원이면 얼굴로도 영업하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찬란한 기억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필자는 이렇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찬란한 기억 하나쯤은 품고 산다.’ 

필자에게는 마산에서의 PT가 찬란한 기억 중 하나인가 봅니다. 제안 책임자도 아녔고, 발표자도 아니었는데 저 커다란 우드락을 들고 다니며 듬직한 임원분들과 동행하는 출장길 자체가 즐거웠어요. 또 다른 찬란한 기억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어찌나 달달 외웠는지 입에서 멘트가 술술 나왔던 어느 날의 PT, 동료들과 슬리퍼 끌고 홍대 중심지로 들어가 짬뽕도 먹고 입가심하자며 조각 케이크도 잔뜩 먹고 들어와 야근하던 날들. 큰 성취를 해서 찬란한 날도 있고, 별 거 없이 그저 찬란했던 날도 있습니다. 유플리더분들 모두 저마다의 찬란한 기억이 있겠죠? 성과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누가 알아주나 안 알아주나 상관없이 나 혼자 오래 간직하는 그때 그 감성이 있어 문득문득 가슴이 새롭게 뛰지 않나요?



아픈 기억

쓰린 경험이 아픈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어떤 기억은 오래 남아서 현재 내 발목을 잡기도 해요. 어찌나 곱씹었던지 그때의 작은 실수 하나가 산만큼 크게 느껴집니다. 어찌나 자책했던지 늘 곁에 두고 본 사진은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처럼 그때의 위축된 마음이 계속해서 되살아납니다. 필자 역시 과거의 큰 실패 하나가 자꾸만 일에 대한 도전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해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아주 작은 도전 하나에도 심장이 벌렁이는데 이제는 이겨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세 가지 자아

얼마 전 새롭게 접한 개념이 있는데, 여기서 회복의 힌트를 발견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는데,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통해 접한 이 개념을 유플리더분들께 소개하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자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정한 경험을 하는 ‘경험자아’와 경험한 것을 일화기억으로 축적하는 ‘기억자아’, 그리고 경험자아나 기억자아를 알아차리는 ‘배경자아’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나는 지금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때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참 좋다고 느끼는 것인 경험자아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예전에 누구와 어디에서 이 음악을 들었었지.’와 같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기억자아입니다. 이러한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 배경자아입니다. 사람들은 경험자아와 기억자아가 나의 본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삽니다. 배경자아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인식의 주체이기에 묘사하거나 설명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이러한 배경자아를 나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한번 더 예를 들어볼게요. 창문을 닫으면 방 안이 어두워지고, 창문을 열면 환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창문이 빛의 원천은 아닙니다. 단지 햇빛을 통과시켜 줄 뿐이죠. 경험자아는 마치 창문과 같습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햇빛을 통과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그 창문 위에 덧입혀진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커튼은 기억자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커튼은 제한된 개성과 정체성으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창문이나 커튼은 빛의 원천인 태양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배경자아는 태양과도 같습니다. 경험자아를 통해 드러나고 기억자아에 의해 제한되거나 가려지지만, 배경자아는 늘 그대로 있습니다. 


같이 알면 좋은 개념이 있습니다. 자아라는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의식은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의 플롯으로 만들어 의미 있는 사건으로 구성해 냅니다. ‘나’라는 관념, 즉 ‘자의식’은 내 몸이 지각하는 온갖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결과입니다. 저는 책을 통으로 읽어 이해가 되었지만, 두 단락의 내용으로 필자가 말하려는 의도가 드러날지 걱정이 되네요. 필자가 얻은 힌트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아픈 이야기로 만들어 내 의식에 저장했구나.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으로 각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나(배경자아)라면 내가 했던 그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얼마든지 건널 수 있는 디딤돌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지금의 내 배경자아가 그때의 내 경험자아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게 실수하며 살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

‘너라서 그런 실패를 한 거라고? 더 똑똑하고 현명했다면 그런 실패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럴 수 있지. 맞아, 네가 이 중에 제일 똑똑하지는 않아. 제일 현명하지도 않지. 그런데 그게 뭐?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만 가치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여야만 그때의 너와 화해할 수 있어.’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말로, 그때의 나를 수용하는 말로. 이런 나와의 소통이 정말로 필요한 것 같아요. 복잡하고 어려운 다수의 과제에 펀치 당하며 현대인들이잖아요. 



배경자아의 알아차림

배경자아와 소통하는 걸 명상이라고 하더군요. 꼭 요가매트 깔고, 좌부좌를 틀고, 눈을 감아야만 명상인가요? 깊은 바다처럼 잠잠히 존재하는 내 배경자아를 불러와 어제오늘의 경험과 기억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아름답게 스토리텔링하는 것.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내 감정이 느끼는 대로만 살면 세상과 관계가 주는 자극으로 아프거나 분노가 일어날 수 있어요. 내 배경자아가 알아차려야 해요.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무엇을 내 것으로 삼을 것인가를 현명하게 알아차리고 선택해야 합니다. 


자꾸 잔소리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유플리더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데 오히려 서툰 잔소리로만 표현될까 봐 걱정입니다. 오늘 하루,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마음이 전달된다면 이를 찬란한 기억으로 삼아 오래오래 행복하려 합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조바심보다, 매번 잘하려는 욕심보다, 꾸준히 온기를 전하는 유플위클리지기가 되어볼게요. 여러분들에게도 소소한 행복거리 하나 마음에 품는 한 주가 되길 바라며 마무리합니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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