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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금융 심포지엄에 참여하다?
2018년,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국제 금융심포지엄에 구글,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스타벅스의 미셸 웨이츠 부사장이 연사로 참석했다. 금융도, IT 업종도 아닌, 커피 브랜드로만 알고 있었던 스타벅스가 어떻게 이들과 나란히 금융 심포지엄의 연사로 초청됐던 걸까?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사이렌오더는 스타벅스 전용 페이 앱으로 이해하면 쉽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앱은 메뉴를 주문할 때 멤버십 카드에 금액을 충전해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앱으로 미리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카드에 결제금액을 미리 충전해두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가 돼서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평소에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송금 앱을 사용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용률이 미국 기준으로 구글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을 훨씬 압도한다는 것이다. 다른 페이 서비스들은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반면, 스타벅스는 오로지 스타벅스 주문을 위한 한정적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전 글(현금 없는 사회와 아이폰 도둑의 상관관계)에서도 살짝 언급했다시피,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앱 내에 충전된 금액이 미국의 중소은행 예치금 규모와 맞먹는다. 스타벅스가 공개했던 2016년 기준 미국 내 사이렌오더의 예치금은 12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이미 충전금액 총액이 700억에 달하는 규모를 찍었고 여전히 증가 추세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의 엄청난 통화량이 사이렌오더 내에 예치금으로 묶여있는 상태다.
전 세계에 매장이 깔려있는 스타벅스는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 이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각 국의 다양한 화폐 단위나 금액 가치에 상관없이, 국경 없이 쓸 수 있는 화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디지털 자산 활성화를 노리는 스타벅스
실제로 스타벅스는 이와 관련된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의 Galicia라는 은행과 협력해 '커피 뱅크'를 오픈했다. 일반 스타벅스 매장처럼 커피를 주문하고 마실 수 있는 카페인 동시에 한쪽에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상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대표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스타벅스는 2018년 8월, 뉴욕 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 마이크로소프트, 판테라 캐피탈 등의 대기업과 협업해 Bakkt(백트)라는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의 설립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백트는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 서비스를 지원하며, 현재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포인트 등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이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의 첫 파트너가 스타벅스가 된다. 스타벅스가 국경을 허물기 위한 발판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아닐까?
STARBUCKS COFFEE → STARBUCKS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스타벅스 매장의 간판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스타벅스 매장의 간판은 STARBUCKS COFFEE였지만 최근 새로 생기거나 리뉴얼한 스타벅스 매장의 간판은 STARBUCKS라고만 되어있다. COFFEE가 빠진 것이다.
스타벅스 전 회장은 스타벅스를 두고 “커피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제3의 공간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기업이 아니다.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미 문화를 파는 곳의 대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던 스타벅스는 이제 금융기업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포화된 커피 리테일을 선도하는 기업(First Leader)이면서도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Disrupter)으로 진화하고 있다.
너도? 나도! 금융업 진출
스타벅스에 사이렌오더가 있다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는 쿠페이가 있다. 로켓페이에서 쿠페이로 리브랜딩 한 쿠팡 자체 결제 시스템이다. 쿠페이에 금액을 충전해두면, 매달 결제 금액의 1-5%만큼 캐시백을 해준다. 어디서 많이 본 서비스 같지 않은가? 마치 카드사에서 특정 가맹점과 제휴해 결제금액의 일부를 캐시백 해주는 것처럼. 그런데 그걸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아닌 쿠팡이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배달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의 민족에서는 '배민소소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외식업 사장님들을 위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 공유 기업인 우버는 드라이버들을 위한 전자 지갑 기능과 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버머니' 조직을 설립해 금융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바일 앱 설문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가상화폐인 '리브라'를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2020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은행의 경쟁사는 ▲▲은행이 아니다
앞선 사례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더 이상 금융업은 특정 카테고리의 영역이 아니다. 특히 오픈뱅킹으로 인해 금융기관이 아닌 전혀 다른 산업군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공룡 기업들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더라도 이미 보유한 거대한 사용자 풀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갖고 있다. 이들의 금융업 진출은 기존 금융시장을 흔들기에 충분히 위협적이다.
은행의 경쟁사는 더 이상 다른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의 경쟁사는 다른 카페나 커피 회사가 아니고, 페이스북의 경쟁사가 다른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이 아니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운영하던 작은 회사가 10년 후에 시중 은행들을 위협하게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은행과 핀테크 업체를 비롯한 기존 금융기업들은 경쟁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있을 것이다. 이미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공룡기업들은 물론, 몇 년 후 공룡기업이 될 수도 있는 이들까지 경쟁사까지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서비스가 변하는 것이 사용자 때문인지, 기업 때문에 사용자가 변하는지도 이제는 불분명해진 시대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조차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본질적 가치로 삼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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