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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Jan 15. 2022

친구가 일찍 자라며 펑펑 울었다.

당황한 나는,

그냥 으레 있는 일이었다. 늦게 자는 건. 별거 아니었다. 프리랜서로 살기 시작하면서 어떤 시간엔 밥을 먹고 어떤 시간엔 잠을 자고 하는 건 다수의 사람들이 정해놓은 약속일뿐. 나는 나만의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잠에 들곤 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던, 그리고 나보다 먼저 자기만의 시간에 살던 프리랜서 친구는 최근 모든 일을 중단했다. 자유를 찾아서! 본인의 의지로 였다면 더 좋았겠다만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친구는 특히 문제가 생긴 이유를 잠에서 찾는 듯했다.

그리고 새벽녘 컴퓨터 불빛 앞에 몰두한 나를 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 듯했다.


안 피곤 해?

피곤해~

근데 왜 안자.

일이 많아~

빨리 자~

알았어~

진짜 자~

응 이것만 하고!

진짜 자....진짜 잠 자....빨리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황한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티슈를 건넸다. 뭘 그런 걸 갖고 울고 그러냐. 알고 보니 친구는, 나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내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는데, 내가 이렇게 일해서, 이렇게 일하도록 습관을 들인 게 나 때문일까 봐.


이렇게 말하며 훌쩍였다.

훌쩍이는 동안 이런 말도 들리는 듯했다.


네가 놓치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썼으면 좋겠어. 네가 신경 쓰지 않는 건강을 빨리 챙겨줬음 좋겠어. 그리고 너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줬음 좋겠어. 네가 아프지 않았음 좋겠어.


친구는 항암 1차를 끝낸 후였다.


그 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찰나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난 때때로 문득 물욕이 생기긴 하지만 있는 것으로부터 행복을 찾고 싶어 하는 편이었다.


오늘 하루 식사가 맛있는 것

제시간에 든 단잠

하늘이 아주 맑고 예쁜 것

오늘 엄마 머리에 발라준 염색약이 아주 잘 물든 것

작은 선물과 편지에도 즐거워하는 친구 얼굴


내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물질적으로 드는 고민이나 걱정을 물질로 해결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병원비.


반짝이는 펜트하우스에서 즐기는 와인 한잔 같은 걸 바란 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그냥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이게 가장 비쌀 수도 있을 거란 걸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다가 오히려 돈을 벌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할수록 돈은 늘어나지만 당장 오늘의 행복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느낌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


뭐가 맞을까. 닭과 알 중 무엇이 먼전지 고민하는 기분이다. 딱히 답이 없을 걸 알지만 모니터 불빛을 맞으며 별 하나 없는 창밖을 볼 때 이런 생각이 밀려드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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