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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Feb 14. 2024

예비창업패키지 합격 후 발표평가 때 받은 질문 3가지

땀 1리터 흘림

예비창업패키지 종료로 최종 발표를 한 지가 벌써 한달 즈음이 끝나간다. 1월 17일. 되게 멀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짜였는데 식상하지만 눈깜짝할 새 마지막도 지나버렸다.


종료발표 때 우리 팀이 만난 심사위원분들은 주로 "너희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돈 벌고 살아남을래... 얘들아..." 하는 느낌으로 우려와 걱정의 조언을 해주셨다. 명확하게 수치로 남는 성과가 부족했기에 받은 피드백이 아니었나 싶다.


예비창업패키지 서류합격 후 발표평가는 작년 4월이었다.

예비창업패키지 서류 합격 후 발표평가 안내 메일 일부 발췌


발표 자료를 준비할 시간은 서류 합격 후 그렇게 오래 주어지지 않는다. 이 메일을 받은 날이 3월 28일이었으니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발표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너무 막막해할 필요는 없다. 어떤 내용이 꼭 들어가야하는지는 정말 자세하고 꼼꼼하게 안내가 온다.


(주관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벤처기업협회는 그랬다.)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그렇다. 이 제목과 같이 바로 심사위원의 질문... 질문!!!이었다.

묻지 말아주세요.. 아니 궁금해해주세요.. 아니 묻지말아주세요.. 몰라요..


발표 후 질문이 없는 것도 매우 문제겠지만, 누구의 앞에 서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은 나는 질문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것도 도대체 무엇을 물어볼 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문가 5명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는 나 자신은 상상만해도 아찔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어떤 질문을 하셨는지 몇가지 명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1. 아주 라이트한 질문으로 시작


우리가 단축하여 설명해놓은 내용들 중 좀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해주셨다. 여기서 설명한 이런 부분은 이런 이야기가 맞나요? 이런 부분은 이런 계획을 염두에 둔 게 맞나요? 그러니까 고객군은 ㅇㅇ으로 설정한 게 맞으시죠?


이건 정말 천사같은 심사위원분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모두가 좀 긴장을 풀도록 라이트한 질문으로 시작해주시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았다. 덕분에 긴장이 아주 조금이나마 풀렸다. 다시 쉽게 긴장하기 시작했지만.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들었다고 "내가 설명을 너무 못했나?" 걱정할 필욘 없다. 우선 지금 걱정해봤자 소용 없다. 이미 지나갔음. 그 생각할 시간에 어떻게 잘 대답할까 고민하는 게 낫다.


나의 경우엔 머리에 하얗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사업계획서를 쓰며 충분히 많은 고민을 했다면 대답은 알아서 나올 것이다. 나는 좀 버퍼링 걸려서 고장난 스피커처럼 대답이 나오긴 했다.



쓰면서 그때 내가 생각나니까 다시 쥐구멍에 숨고 싶다.^^


그리고 시간은 제한되어있으니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축약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추가 질문으로 받았을 때 말해야지 생각하고 부록으로 자료라도 첨부해놓는 것도 좋다.


엥 추가 질문을 뭘 받을 지 알고?


아마 발표평가일 전 주관기관으로부터 발표자료를 먼저 보내달라는 안내를 받을 것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분들은 모두 내 발표자료를 프린트해서 미리 갖고 있는 상태다. 내 발표를 듣는 동안 자료를 끝까지 살펴보시는 분들도 몇몇 계신다. 그러니 시간 내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다면 부록에라도 넣는 것을 추천한다.




2. 제가 고객이라고 생각하시고 팔아보세요. 영업해보세요. 뭐라고 하실거죠?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내가 그래서 네 서비스를 도대체 왜 써야하느냐하는 질문이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발표자료에도 써넣었지만 아마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다.


대답은 주로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짚고 관련한 다른 서비스들이 있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니 사용하면 어떤 기대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그런데 횡설수설을 곁들인.


내 얼굴은 아마 땡볕 아래 있는 고층 사옥같았을 것이다. 반질반질 눈이 부신. 땀이 줄줄줄 나왔다. 답변을 하는 동시에 땀구멍도 힘줘서 닫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질문 감옥에 갇힌 나


3. 무엇을 기준으로 판매 가격을 정하신거죠? 고객 기준에서 이 가격이 정말 구매할 만한 가격인가요?


얼마의 가격을 정했고 지금 당장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이 정도의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얼마, 순수익은 얼마로 기대된다. 이런 페이지가 PPT 내에 있었다. 그 페이지를 보고 주신 질문이었다.


"너네 정말 그 돈을 벌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질문이 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보단 고객 입장에서의 질문이 훨씬 많았다. 설정한 고객군을 어떤 단체나 기업보단 개개인으로 시작해서 단체로 가겠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더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팀은 이전에 같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다른 상품을 판매, 영업해본 경험이 있기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대답을 했다. (이전에 0--대의 서비스를 판매해본 경험이 있는데, 0--대 정도의 가격 까지는 ~~한 모습을 보이더라.) 또한 우리가 설정한 고객군이 보통 구매하는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서비스를 예로 들어 무리가 없을 거라 예상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이 질문엔 정답이 없다. 우리가 실제로 판매해본 적이 없기때문에. 이런 질문에 잘 답하고 싶다면 애초에 사업계획서나 ppt 자료에 더 구체적인 조사 자료가 들어갔으면 훨씬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작은 설문조사라도 몇명 안되더라도 이정도 가격대의 서비스가 이런 내용으로 나온다면 구매할 의사가 있나요? 라는 설문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료를 아예 넣어두었으면 그냥 말이나 경험으로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있고 이 대표자는 정말 이 사업을 하고 싶은 상태구나 생각이 들만한 인상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사업계획서를 쓰면서도, 발표평가 준비를 하면서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통계, 숫자,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칠 수 있지 않은가. 답변이 10명인데 1000명이었다고 말하고 몇퍼센트라고 말하는 것쯤이야 어렵지도 않으니. 하지도 않고 했다고 말할 수도 있으니. 그런 이야기라도 있는 게 좋은가?


그런데 후에 멘토님들과 다른 대표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한 생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딱봐도 진짜 해봤구나 생각이 들게 오히려 더 촌스러운 방법으로, 없어보이는 숫자로 말하는 게 더 눈에 띄게 튀어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직접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ㅇㅇ한 답변을 얻었다도 당연히 좋지만, 직접 집앞에 나가 32개의 업체를 찾아가서 물어봤다며 종이 설문지를 보여준다던가.


이미 잘한 조사를 축소시킬 필요는 없지만 이제 준비해야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답변이나 추후에 든 생각까지 같이 적어봤지만 어디까지나 내 뇌피셜이다. 아마 정석으로 좋은 답변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최초합이 아니라 추가합격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포기해서 운좋게 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더 좋은 대답을 하실 수 있을 거다.


위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아마 같은 질문에 대해 심사위원분들 개개인마다 기대하는 답변이 전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후에 예비창업패키지를 시작하고 첫번째로 갔던 설명회에서 투자심사를 보는 전문가분의 강의를 들은 적 있다. 전부 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주된 내용은 "지금 당장은 돈이 안될 것 같아도 너무 끌리는 대표자가 있어요. 이 사람이랑 하면 되겠다 싶은 사람이 있어요. 전 그게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였다.


사업이니 돈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본다는 말을 힘주어 강조하신듯 하다.


가장 매력적인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나 발표는 대표자가 얼마나 사업에 애정을 갖고 있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그걸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봤는지가 드러나는 것인가보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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