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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Oct 13. 2019

존 스트레레키 <세상 끝의 카페> 중에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직장일과 밀려드는 고지서,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소진된 인생의 배터리를 여행으로 충전하고 싶었다."



인생의 어느 시기, 탁 놓아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은 순간, 충전이 필요한 때, 지금!

는 어느 건물 앞에 서게 되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주차장 건너편에는 작은 건물이 한 채 서 있었고 하얗고 네모진 건물 지붕 위에는 ‘세상 끝의 카페’라고 적힌 파란색 네온 간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홀린 듯 들어간 그곳에서, 그는 묘한 메뉴판을 받아 들게 되었다.



… 나는 메뉴판을 들고 표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저희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메뉴판 위쪽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고 그 밑에는 검은색으로 작게 쓴 글이 적혀 있었다.
“주문하시기 전에 먼저 저희 직원에게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상담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엔 ‘기다리시는 동안 생각해볼 질문’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질문 세 가지가 실려 있었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려우십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지, 왜 이런 질문들을 해대는 것인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냐니! 질문부터 재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골치 아픈데 이런 심오한 질문을 난데없이 던지는 이상한 카페.

'도대체 이 요상한 카페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지?'



그러나 나는 외면하지 못하고, 메뉴판의 질문에 이끌려 열심히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알고 싶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인지,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정작 죽음이 다가오면 어떡할지, 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대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것인지, 맞는 방향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가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잘 사는 것 이상의 무엇을 찾는답니다. 뭔가 좀 더 의미 있는 것을요.”


맞아요, 맞아, 그냥 잘 사는 것 말고,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해요.

뭔가 의미 있고, 네, 바로 그거요, 뭔가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하거든요!


는 어느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몇 년 동안, 인생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오던 터였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형편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훌륭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평탄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꽤 괜찮은, 좋은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 어디엔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점점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진실 앞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인생에서 내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원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이런 가혹한 운명이라니!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게 놔둘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정작 하고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운명에 맞서 싸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그러나 막상 일어서야할 순간, 맞서싸워야 할 순간에 나는 한발 물러서는 것을 택했을지 모른다. 게으름의 속삭임, 익숙함과 무지의 편안함, 악마의 속삭임은 그렇게나 조용하고 달콤하게 내 의지를 무너뜨리고 무력화시키는데 어렵지 않게 성공한다.

인생이란 그런 거야,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해. 그러려니 하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살겠거니 하면서 사는 거지, 인생 뭐 있어? 인생이 별거야?



"왜 우리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앞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준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는 걸까요? 그냥 지금 당장 이 순간 원하는 것을 하며 살지 않고.”



그런데 나는 메뉴판의 질문에 따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어느새 변화하는 자신 오롯이 마주하기 시작한다.




"내 인생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바로 내 관심을 끌고 시간과 에너지를 가져가려 하는 모든 사람들, 활동 그리고 사물이라는 걸 알았어요. 내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는 무관한 것들이요. 그리고 밀려가는 파도는 바로 내 존재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을 도와줄 모든 사람, 일, 사물이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 밀려오는 파도와 씨름하는 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라는 사실을…… 그러고 나면 나중에 밀려가는 파도에 쓸 수 있는 힘이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첫 번째 질문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자기가 이곳에 있는 이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사는 이유를 깨달으면 깨달은 대로 살고 싶어 져요. 그건 마치 보물지도에 x 표시된 보물이 숨겨진 곳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아요. 그 표시를 보면 무시하기 힘들죠. 마찬가지로 존재의 이유를 깨달으면 깨달은 대로 살지 않고 그냥 살아가기가 더 힘겨워진답니다.”



X표시된 내 삶의 보물이 숨겨진, 보물지도!

내 삶의 수많은 X 좌표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온 길들, 내 삶의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 헤매온 나날들이 떠올라 숨을 고르고 계속 책장을 넘겨나갔다.

그리고 점차 책 속의 '내'가 나인지, 내가 '나'인지 모른채 나는 '나'와 함께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생각을 나로 부터 들을 수 있었다.



“자기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일컬어 ‘존재의 목적’을 찾았다고 하는데, 인생을 살면서 바로 이 존재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 가지 일을 할 수도 있고, 스무 가지 또는 수백 가지의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존재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답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존재 목적을 찾아내고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래, 내 삶의 행복!

내 존재의 목적을 찾아내고, 그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


이제 내가 나아가야할 지도의 좌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나의 보물지도를 들고 항해를 시작한다.


책 속의 내가 그러하듯, 나도 이제 뿌연 안개의 길을 지나온 듯, 상쾌한 공기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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