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Oct 03. 2019

버락 오바마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중에서

버락 오바마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랜덤하우스)에 보면 그의 어머니의 가르침에 대해 표현된 부분이 있다.



지금에야 아는 사실이지만,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거나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몸을 보전한다는 것보다 뚜렷하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나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네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으면 소중하게 여겨야 할 덕목들이 있다."



정직해라
정정당당해라
솔직하게 말해라
스스로 판단해라




정직해라

"세무서 직원들이 들이닥친다는 말을 미리 들었을 때, 냉장고를 창고에 감추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세무서 직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냉장고를 숨길 거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정당당해라.

"부유한 가정의 학부모들은 라마단 기간에 교사들에게 텔레비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좋은 점수를 보고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턱이 없다."


솔직하게 말해라.

"만일 네가 생일 선물로 받은 셔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척하고선 옷장 맨 아래에 넣어둔 채로 손도 대지 않는 일은 하지 말고,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해라."


스스로 판단해라.

"다른 아이들이 어떤 아이의 헤어스타일이 우습다고 놀린다 해서 너도 그 아이들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교육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들을 잘 가르치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버락 오바마는 회상한다.


"자카르타에 있는 대부분의 외국인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나를 거기에 보낼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학교에서 받는 수업과 병행하여 미국의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내용을 나에게 직접 가르쳤다. 어머니의 개인 교습은 우리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직후부터 계속되었다."


그녀는 새벽 4시면 아들의 방에 들어와 세 시간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오바마가 그녀에게 가혹한 일정에 대해 강경하게 저항하면 그녀 역시 그런 아들에게 강경하게 반격을 가했다.


"얘, 꼬마야. 나도 지금 소풍 나온 거 아니다."




나는 그의 삶이 궁금했다. 한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어떤 사람들의 만남과 말, 독서, 시련, 고난과 마주했을 때 그가 어떻게 돌파하는가에 나는 관심이 많다.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으로 태어나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마주했었을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차별받거나 편견으로 시련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피부색으로 인해, 출생과 신분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바위가 가로막고 절벽이 나타나고 폭풍우가 쏟아진다면? 멸시와 야유, 편견에 맞서야 한다면 인간으로서 좌절하기란 또 얼마나 쉬울 것인가.


"우리가 상대방에게서 악마를 보든 구원의 천사를 보든 상관없이, 상대방은 언제나 원래 그 모습 그대로 있을 뿐이다.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낯선 모습으로." (222p)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정치인으로, 전 미국 대통령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삶과 도전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읽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역시 독서를 통해 자신의 알을 깨트리고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온갖 책들을 빌렸다. 볼드윈, 엘리슨, 휴즈, 라이트, 두보이스 등의 저서들이었다. 밤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숙제를 한다고 말하고선 방문을 잠그고 이 책들을 읽었다. 책 속에 담긴 말들과 씨름을 하고 절박한 논쟁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나를 둘러싼 세상과 화해를 하려고 온갖 시도를 했다." (162p)


온갖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조차 그는 똑같은 고뇌와 의심을 발견했고, 아이러니와 지성이 결코 피해 갈 수 없었던 자기 경멸과 맞닥뜨려야 했으며, 유머조차도 정신을 갉아먹는 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망하게 힘을 소진하고 패배한 느낌에 지쳐서 걷기도 했다.




"차를 향해서 걸어가는데 땅이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쩍 갈라지면서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내가 정말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의 혼란과 두려움, 절망과 낙심이 그것이 끝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걸어 나가게 하는 계속되는 '시작'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당당하고 힘찬 걸음에 나도 당당하고 힘찬 힘을 내어볼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그의 고뇌와 슬픔에 나도 함께 빠져들기도 했다.


"혼자만의 고독이야말 내가 아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다"


그가 보관하고 있는 아버지의 편지 속에서 나는 어쩌면 그가 아버지의 말씀을 끝까지 붙잡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 아닐는지..)



'머물 곳을 찾아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너도 언젠가는 너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될 거야'(146p)



나도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흘러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엔 자신의 꿈과 행복을 이루기 위해 끝없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무수히 부딪힐 바위와 낭떠러지 앞에서 조차도 그래도 떠밀려  끊임없이 흘러간다.

 

가다가 힘들지라도 어느 적당하고 한적한 곳에 고여서 썩어가고 싶지는 않다.

끊임없이 끝이 흐르고 흘러서 나의 바다에 이르러 그곳에서 그 넓이와 깊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그런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전 06화 존 스트레레키 <세상 끝의 카페> 중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