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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아침을
터키에서도 같은 질문, 터키니까 참았다
by
아인잠
Nov 21. 2019
터키를 여행하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 결혼했어요? 몇 살이에요?
- 남편은 무슨 일을 해요?
- 아이는 있어요? 몇 명이에요? 몇 살이에요?
딱 세 가지로 좁혀졌다. 이런 질문들이 싫어서 떠난 여행인데,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을 만나면 나에게 똑같이 물어댔다.
결혼은 했는데 무단 별거 중이고요
(저도 합의하고 별거하면 좋겠습니다만.)
이혼하고 싶은데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고요
(네, 소송하고 위자료든 양육비든 받아야 하는 거 알아요)
아이는 있는데 3명이고요, (세명이 요 오??!!!!!!)
네 세명이요...
(그런데 '어떻게' 여행 왔는지는 알잖아요, 비행기 타고 온 거!)
뭐 잘못되었어요?
나 애 세명 낳는데 도와준 것 있으세요?
애 키우는데 보태준 거 있으세요?
내가 결혼을 했든 말았든 무슨 상관이세요?
라고.... 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으나... 한국인 특유의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그들이 나에 대해 진정한 관심과 지대한 애정이 없듯이, 나도 그들에 대해 진정한 답변과 지대한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된다.
터키 일주여행을 가능케 했던 우리의 버스 / 애칭 '달려라 버스' 마지막 날 내부 / 이스탄불 공항가는 길
우리 팀 가이드는 상당히 재미있는 분이었다.
자칭 '뺀질이'라고 표현하며 적당히 가이드하시고 깊숙이 다가오지 않고 멀리 가지도 않으시는, 항상 적당한 거리에서 우리 팀을 관찰 내지는 관망하면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면 '1층으로 가면 있어요'하나 실제로는 없고, (2층에 가야 있고)
오늘 이쁘네요 해서 돌아보면 '촌스럽고 안 어울리고'라고 덧붙여말 하고
엄마와 딸이 함께 여행 온 커플을 가리켜 '딸을 모시고 온 엄마'라고 표현하고,
중년부부 세 쌍에게는 '신혼부부 세 쌍'이라 표현하시고, 우리 팀은 '4 공주'로 불렸다.
황당한 유머와 깐죽거림, 그러나 밉지 않고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 적당한 웃음 바이러스 코드가 지나고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피곤한 여행 중 웃을 수 있게
예민한 가운데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게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게
대면 대면한 사이를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서먹한 관계에서 먼저 낮아지는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떠올렸을 때 한번 '픽' 하고 웃을 수 있게
공항 마지막 탑승까지 멀찍이 쿨한 듯 안녕하고 돌아서던 모습이 가이드 님의 마지막 배려였던 것 같다.
가이드님이 버스에서 마이크에 대고 한 말에 나는 울컥했다.
'우리 이렇게 쿨하게 안녕해요'
아마 우리 12명의 여행객들도 한국에 돌아와 여행가방에 가득 담아왔던 짐들을 정리해 넣으며 피곤을 풀고, 이렇게 웃으며 한 번씩 우리의 여행을 떠올려보지 않을까 싶다. 아니어도 그만이고.
우리의 여행은 다녀온 것으로 족하니까.
만날 때에 헤어질 것을 생각하고
헤어질 때에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자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행의 아름다움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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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잠은 독일어로 외롭다는 뜻으로 '고독','자기 자신과 하나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자기안에서 평온해지는 사람. 외로움과 일상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는 아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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