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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아침을
터키에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산다
by
아인잠
Nov 21. 2019
터키를 여행하다 보니 눈에 띄는 것 중에 전신주가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양이라 내 눈에는 자주 띄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터키에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산다'
자꾸 보니 늠름해 보이기도 하고, 왠지 걸어와서 나
에
게 말을 걸 것 같기도 했다.
새벽안개 낀 길을 달릴 때에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달릴 때에나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터키의 전신주들은 굳건히 서있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모습을 닮지 않았는가?
아직 시차적응이 완전히 되지는 않은 채로 귀국하자마자 이런저런 일들을 소화하고 있다.
멈춰두었던 수업들도 다시 시작되고
여러 인간관계들에 인사도 건네면서
나의 이야기들도 정리하며, 밀린 집안일들과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으나, 여행을 다녀온 뒤의 나는 많은 부분에서 변한 것 같다.
정말 로보트 태권브이의 기운이라도 얻고 온 듯 힘이 넘치고, 의욕도 넘치고,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일들에 대한 소망이 넘쳐난다.
차곡차곡 추슬러 담으면서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아직도 여전히 누군가는 나에게 진심 아닌 걱정을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지내? 결혼생활은 어때?'로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나의 책이 나온 뒤로 쓸데없이 나의 일에 관심을 보태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급격히 부부 사이가 좋아져 콧구멍이 벌렁벌렁 하는 느낌도 들고
부쩍 손잡고 붙어 다니면서 나에게 행복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준다.
다 괜찮다. 책 출판 전과 출판 후로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누구를 내 삶의 앞마당에 놓을 것인지
내 앞마당에 있게 하며 왕래하며 지낼지는
본능적으로 내가 알 것 같다.
나는 나에게 희망과 기운을 북돋워주는 사람들과 연맹을 맺고 그들과 교류하며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중이다.
애초에 진심으로 나를 대했던 사람들은 내 책이 나온 뒤에 10년 만에 연락이 닿았어도 더없는 진정과 애정으로 나를 향해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 느껴진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나의 의식과 본능이 그것을 알게 한다.
꼭 말을 해야 아냐고 할 때, 꼭 말을 해야 아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꼭 말하지 않더라도 조용한 기다림과 시선 속에서 나는 그들이 얼마나 고요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봐주는지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이고
늘 그래 왔듯이, 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선택들을 하면서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터키에서 만난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살라고. 지금은 그럴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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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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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잠은 독일어로 외롭다는 뜻으로 '고독','자기 자신과 하나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자기안에서 평온해지는 사람. 외로움과 일상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는 아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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