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환자복을 입고 있으면서 맨얼굴에 생글생글 웃고 있었더니 다들 나를 어리게 보셨다. 그래서 모두 내가 학생인 줄 아셨다고 한다.
"학생 몇 살이야?"
(네 할머니, 43살 이에요)
"아이고 많이 먹었구나, 언제 그렇게 먹었어, 결혼은 했어?"
(네 할머니, 결혼도 했고, 애도 있어요)
그런데 같은 병실에 계신 할머니 두 분 께서 정신이 잠깐 오락가락하시고, 약간의 치매와 좀 심한 치매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대답한 것에 대해 몇 분 후에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보셨다.
"학생 이리 와 봐, 몇 살이야?"
(네, 할머니, 43살이에요)
"그래? 결혼은 했어?"
(네 할머니, 결혼도 했고, 애도 있어요.)
잠시 후 또 다른 침대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부르신다.
"학생, 몇 살이야?"
(네, 할머니, 43살이에요)
"그래? 결혼은 했어?"
(네 할머니, 결혼도 했고, 애도 있어요)
치매가 와서 정신이 오락가락 맑지 않은 상황에서도 할머니들께서는 내가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반복해서 물으셨다.
#인생은 희극?
나는 43살에 결혼 졸업하고 뇌경색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면서 나를 부르시고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반복해서 물으셨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속에서도 여자는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일까, 궁금함이었을까.
흐려져가는 눈빛 속에서도 손녀딸처럼 애처로이 나를 바라보시는 눈빛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영역에 장애를 느낀 나는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면서 표현하는 것을 연습했다.
나날이 연기가 늘고,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유익하고 좋은 대화였고 치료였다.
#인생은 비극?
나는 43살에 결혼을 때려치우고, 뇌경색이 와서 병원에 혼자 입원했다. 그런데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면서 자꾸 나를 부르시고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물으셨다. 여자는 결혼하고 애 낳는 게 일생일대의 숙명인가. 힘을 잃어가는 눈빛 속에서도 그 표정은 건강하게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애타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영역에 장애를 느낀 나는 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반복하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을 했다. 결혼은 선택, 졸혼은 옵션!
#인생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그냥 인생
퇴원해서 나오면서 할머니들께 인사를 했다.
"학생 이제 가요. 퇴원해서 집에 가요"
나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가죽밖에 남지않은 손으로 내 손을 애써 잡으시면서 힘든 숨을 뱉으시며 말씀하셨다.
"고마워 학생, 집에 가서 잘 살아..."
눈물이 핑 돌려고 했다.
(네 할머니, 열심히 건강하게 잘 살게요... 할머니 너무 힘드시지 않게, 편안히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