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친정아버지께서 아이를 안으시며 "내가 이 녀석 초등학교 졸업식 하는 것 볼 때까지 살겠나"하셨는데 사셔서 초등학교 졸업식에 동행해주셨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외손녀 초등학교 졸업식에 오실 수 있어서 우리 모두는 감사했던 날이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아이의 이전 기록들을 들여다봤었다. 아이가 성장해온 모습이 눈물겹고 감사했고,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떠올라 정작 다음날이 졸업이라니 실감 나지 않았다. 아마 첫아이 초등학교 졸업시킬 때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가 학교에서 기록해온 인쇄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었다.
"우리 아빠는 표정 지어내는 것이 배가 아플 정도로 진짜 웃기다. 우리 엄마는 친절하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다녀왔습니다 하면 내게 맛있는 것을 주신다. 엄마는 친절하고 솔직히 말합니다. 아빠는 손톱이 나와 똑같습니다."
(이때만 해도, 우리, 노력하던 때였다,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을 줄 알고...)
시계가 7시를 가리키고 있는 저녁식사 모습에 대한 이야기
"엄마가 아이고야! 오늘 밥이 늦었다!라고 했어요."
아이의 표현 속에서 당시 나의 생활상이 엿보여 웃음이 난다. 정말 7시에 밥을 차리면 저녁이 어지간히 늦어져서 아이들은 배고파 설치고 어수선한 풍경 속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녁은 무조건 6시 30분을 넘기면 안 되었기에(그래야 내가 편안했기에) 나는 밥을 차리다가 시간을 넘겨 7시가 가끔 되면, 정말 그렇게 말했다.'아이고야! 오늘 밥이 늦었다!'
나는 옛 추억에 잠겨 웃었다 울었다 하는 사이에, 막상 주인공은 졸업식 전날 새벽 2시까지 프린터 해서 입체 인형 놀이방을 꾸미고 인형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고 싶어 했다.(간신히 말렸다, 내일이 졸업식이니 그만 자라고)
무려 3시간이나 투자해서 하나하나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정성 들여 만든 입체 인형의 집.
인쇄해서 인형 옷 디자인해서 색칠하고 입체 인형의 집을 꾸미기에 요즘 푹 빠진 첫째아이의 결과물.
우리는 같이 인형 놀이하고 놀며 새벽까지 잠 못 이루다 아침에 용케 일어나 씩씩하게 학교 졸업식장으로 갔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선배님께 후배들이 와서 노래를 불러줄 줄 알았더니 요즘 졸업식은 쿨하게 6학년만 와서 참석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했던 둘째 아이가 하교 후 집으로 가버린 바람에, 졸업식 중간에 집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다시 졸업식장으로 와야 했다. 엄마가 요즘 졸업식은 처음이라 예상을 못했다. 다음 졸업식에는 동생들을 꼭 챙겨 와서 처음부터 같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집에 가있고, 셋째는 유치원에 보내버린 엄마의 만행으로, 큰아이 졸업사진에는 셋째가 빠진 채로 기념사진이 남겨졌다. 다음에는 졸업식을 함께 축하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졸업식 날 엄마 울 것 같아, 만감이 막 교차해서, 엄마 혼자 울면 어떡하지?" 했더니 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우는 건 좀 그래, 아마 엄마 혼자 울걸? 나는 눈물 안 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졸업식을 앞두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아이가 엽서를 썼다. 거기엔 아이가 꾹꾹 눌러쓴 진심과 감춰진 마음이 담겨있었다.